경제·금융

커피한잔의 신화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너무 흔한 상품으로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다. 조그마한 점포에서 출발해 10년 만에 2,00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며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벅스.(중략)." 이 글은 조흥은행 홈페이지에 있는 필자의 CEO 추천도서 소개말에서 따온 것이다.? 스타벅스의 회장 하워드 슐츠는 커피가 이미 생활화돼 있던 미국에서 고급커피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전국적 커피점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김치사업에 뛰어드는 것만큼이나 참신성이나 혁신성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입신한 슐츠가 세계 커피시장의 판도를 하루아침에 바꿔버린 것이다. 하워드 슐츠와 스타벅스가 이루어낸 신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째,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커피산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커피산업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는 사양산업이었다. 그러나 슐츠는 시각을 달리해 고급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욕구를 발견했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이국적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재즈음악 등 로맨틱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새로운 사업을 고안했다. 슐츠에게 있어 스타벅스는 커피사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사업이었다. 둘째, 고객에게 제공하는 커피나 서비스의 품질에 매우 철저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원료의 구매에서부터 최종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슐츠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셋째, 인간존중과 신뢰가 성공의 바탕이 됐다. 슐츠는 직원들을 우수한 인재로 길러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우수한 인력을 '배리스타(baristaㆍ커피를 서빙하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직원)'로 채용하고 그들이 최고급 커피를 서빙한다는 것에 긍지와 애착을 갖도록 했다. 특히 직원들을 '동업자'라고 부르면서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슐츠는 큰 꿈을 꿀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의지를 갖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타벅스의 사례는 비록 사양산업일지라도 경영자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전과 통찰력을 갖추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사업을 이끌면 결국 성공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홍석주<조흥은행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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