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꼼수 가득한 국감


"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해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이맘때쯤 되면 여의도 정가가 북적인다. 피감기관에 속하는 공무원이나 직원들이 해당 상임위 의원실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좌진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의원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국감 질의 방향에 대해 묻거나 질의서를 미리 받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이런 행태에 대해 "기관장이 모든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으니 미리 시험범위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국감 시기에 볼 수 있는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순발력 있는' 국회의원들은 질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옆 자리에 앉은 의원의 질의서를 곁눈질하다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먼저 질문하기도 한다. 심지어 질의서조차 준비하지 않은 채 그날그날 국감장에서 주목받는 내용들을 조합해 즉석 질문을 만들어내는 한 중진의원의 사례는 정가에서 유명하다. 행정 상의 미비점을 꼬집는 자리인 국감이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만 이용되는 문제점도 있다. 이번 국감 준비기간에도 증인 채택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대거 증인으로 신청한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한차례 신경전이 오갔다. 특히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책 홍보를, 민주당은 현 정권 심판을 내세우고 있어 '정책 국감' 본연의 임무가 흐려지고 있다. 사실 이런 꼼수는 어제 오늘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매년 국감 시기만 되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이렇다 보니 국회가 국감을 '공무원 기합주기용'으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에서도 일부 스타 의원의 출현을 바라는 목소리는 있을지언정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을 민생국감, 정책국감으로 규정하면서 "국회의 진면목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많은 스타 의원들의 출연으로 국민이 다시 한번 국회를 사랑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타 의원 한 명 더 만드는 것 보다는 고질적인 국감 꼼수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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