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부실 기업공개(IPO)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주가가 상장 이후 불과 8거래일 만에 25%나 폭락하며 지난 10년 사이 이뤄진 최악의 IPO라는 오명을 쓴 것은 물론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등 인터넷 업체의 신뢰도를 추락시켜 IPO가 연기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1위 SNS 기업인 브콘탁테가 페이스북 충격으로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은 이르면 올해 말 IPO를 실시해 최대 30억달러를 차입할 계획이었다. 파벨 드로프 브콘탁테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때문에 SNS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고의로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IPO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실적전망을 낮춘 보고서를 일부 기관투자가에만 제공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SNS 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 기업들이 명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나 이익을 내는 능력을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 받기 힘들다"며 "거품 논란이 지속되면서 SNS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파문은 SNS 업계는 물론 다른 인터넷 기업에도 전이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의 여행전문 검색 엔진인 카약닷컴이 오는 6월 IPO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차입할 예정이었지만 투자심리 악화로 상장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페이스북 주가 역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페이스북 주가는 29일 전날보다 9.6%나 급락한 주당 28.84달러로 장을 마쳤다. 18일 상장 이후 24.6%나 폭락한 것이다.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급락을 부추긴 건 옵션거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페이스북 옵션 거래량이 36만5,000계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날 거래종목 중 애플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됐다. 옵션거래 1건은 주식 100주를 거래한 것과 같다. 이날 옵션거래량은 페이스북 주식 3,650만주를 사고 판 규모다. 이 같은 대규모 옵션거래의 대부분이 '풋옵션'으로 몰렸다.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페이스북 옵션계약 중 가장 많이 거래된 것은 7월 중순 주당 2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풋옵션"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오베이 트레이드킹옵션 애널리스트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으로 이익을 거두는 풋옵션에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압력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