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싸움’ 제140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가 강풍과 함께 시작됐다.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주 샌드위치의 바닷가에 위치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파70ㆍ7,211야드). 화창한 날이면 바다 건너 프랑스 땅이 보일 정도라지만 과거 열린 ‘디 오픈’에서는 텐트를 찢어버릴 만큼 세찬 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개막한 올해 대회에서도 바람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현지에서는 1ㆍ2라운드가 열리는 14일과 15일 시속 48km의 바람이 예보됐다. 순간 최고 풍속 10m가 넘는 강풍이다. 대회조직위원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개막 전날 오후 일부 홀의 티잉그라운드를 앞쪽으로 당길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터 도슨 R&A 회장은 “7번홀(파5ㆍ564야드)과 11번홀(파3ㆍ243야드) 등 몇몇 홀은 대회 기간 강풍이 불 경우 길이를 줄이지 않으면 페어웨이나 파3홀 그린에 도달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회가 열렸던 2003년에 러프가 너무 깊다는 불평을 들었던 R&A 측은 올해는 페어웨이를 다소 넓혔고 건조했던 날씨로 러프가 깊지 않아 당시 벤 커티스(미국)가 기록했던 우승 스코어(1언더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날씨의 영향은 역대 이곳에서 열렸던 디 오픈의 스코어를 봐도 짐작이 된다. 가장 좋았던 스코어는 1993년 그렉 노먼(호주)의 17언더파 267타(당시는 파71)였다. 최악의 우승 스코어는 1894년 나온 326타였고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1981년 1라운드에서 83타를 친 일이 있다. 8년 전과 성적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세계랭킹 1, 2위 루크 도널드와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는 당시 나란히 컷오프됐었다. 토마스 비요른(덴마크)은 마지막 날 16번홀(파3) 벙커에서만 3타를 허비한 끝에 더블보기를 범해 커티스에 1타 차로 우승을 헌납했으나 이 코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도널드와 웨스트우드는 대회를 하루 앞둔 전날 스스로 부담감을 줄이려는 모습이었다. 도널드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한 마음가짐과 세계랭킹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고 웨스트우드도 “스스로 너무 많은 기대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이곳에서 공동 22위에 올랐던 세계랭킹 13위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 최경주와 김경태(25ㆍ신한금융그룹)는 까다로운 1번홀(파4)에서 파를 기록하며 첫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오후4시 현재 제리 켈리는 6번홀까지 4오버파, 마크 오메라(이상 미국)는 3번홀까지 3오버파를 기록하는 등 적잖은 선수들이 초반부터 타수를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