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최소한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출자총액제도의 강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적용제외나 예외인정 항목을 크게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투자지분(cash-flow rights)대비 의결권행사(voting rights) 비율을 산정해 일정비율이 넘는 총수 의결권에 제한을 두는 장치를 도입하는 문제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벌들은 그간 오히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제외 및 예외조항을 늘려야 투자가 활성화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재계와 정부간 격론이 예상된다.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규모 절반 초과=17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은 수치상으로는 감소했지만 적용제외나 예외인정제도를 활용한 출자는 16조7,000억원으로 전체출자총액의 50.8%로 지난해의 41.4%보다 크게 늘어났다. 출자총액제도라는 그물망이 그만큼 허술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총수, 소수지분으로 계열사 장악 여전=총수가 지배하는 11대재벌의 경우 내부지분율이 46.6%로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47.0%에서 0.4%가 줄었다. 총수지분율도 1.6%에서 1.5%로 하락했지만 총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은 2.4%2.6%로 0.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총수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1.5%)는 특수관계인(2.6%) 지분을 포함해 4.1%라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 주식(39.1%)과 계열회사 자사주(3.3%)를 활용해 46.6%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총수가 있는 11대 재벌에 속한 비상장회사의 계열사지분율은 더 높았다. 비공개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왜곡현상이 더 심하다는 것. 총수일가(임원과 비영리법인 제외) 지분이 단 1주도 없는 회사도 전체 332개 계열사 중 215개에 달했다.
◇공정위ㆍ재계 논란 예고=이동규 공정위 독점국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개편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분석중인 총수의 투자지분대비 의결권 행사비율 결과를 중심으로 과도한 총수의결권을 일정수준 제한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에 대해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독려하고 규제철폐에 나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출자총액 절대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재계가 노력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