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크라운 베이커리


크라운베이커리가 이달 말 25년 만에 사업을 접는다. 한때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빵집이었건만 파리바게뜨ㆍ뚜레쥬르 등에 밀리면서 누적 적자에 무너졌다. 지난해 말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와 합병해 난국 돌파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경쟁사가 신제품 개발로 트렌드를 리드하는 동안 기존전략에 매달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윤영달 크라운ㆍ해태그룹 회장의 선친인 윤태현씨가 1947년 창업한 영일당제과가 모태. 크라운제과 생과사업부를 거쳐 1988년 분리 독립, 프랜차이즈 빵집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 중반까지 고려당ㆍ신라명과 등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첫 개발한 100% 우유 생크림케익이 돌풍을 일으키며 월 20만개씩 팔려 나가 밤을 새워 케익을 만들었다. "가맹점을 더 내달라"는 요구도 잇따랐다. 수원 남문점 부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도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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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고 했던가. 신선한 빵을 공급하기 위해 전국 거점에 330억원을 들여 물류시스템과 지방공장을 건설하면서 조달했던 단기자금이 외환위기로 큰 짐이 돼 1998년 화의를 신청했다. 윤 회장은 좋아하는 골프ㆍ담배를 끊고 부동산도 팔았다. 직원들에게 "퇴직금이 걱정되면 내 재산을 담보로 잡으라"고 다독였다.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무급휴직을 신청하고 제품 광고에 써달라며 상여금을 반납했다. 결국 4년 만에 화의를 졸업하고 매출ㆍ가맹점도 늘어났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파상적 공세에 밀리며 800여개에 달했던 가맹점이 2010년 252개, 최근 70개로 쪼그라들었다. 이탈한 가맹점은 대부분 경쟁사 간판을 달았다.

△반면 제2의 전성시대를 맞는 지방의 명물 빵집들도 있다. 전북 전주의 PNB풍년제과와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은 유명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으며 최근 서울 등지에 매장을 열었거나 열 계획이다. 대기업에 밀려 수많은 골목 빵집들이 설 자리를 잃어 가지만 이들은 도약기를 맞고 있다. 초코파이ㆍ전병ㆍ쌀가루 단팥빵 등을 사기 위해 손님들이 줄 선다. 사업도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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