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름값] 국제유가-환율 내렸는데 '왜 안 내리나'

국제유가 98년초 배럴당 14달러(두바이산 기준)에서 10달러선으로 하락,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 1,800원대에서 1,100원대로 급락. 국내 유류가격을 좌우하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모두 하락한 점을 반영하면 휘발유가격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즘 정유사들의 속앓이가 심하다. 휘발유 가격을 더 내려야한다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만 수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가에다 약간의 마진을 붙인 휘발유의 공장도가격은 리터당 189원. 지난해 1월 리터당 소비자가격이 1,217원이었을 때 공장도가격은 515원. 1년전과 비교하면 공장도가격은 거의 3분의1 수준이다. 그런데도 소비자가격은 아직 1,179원대다. 정유사들이 내놓는 가격은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전혀 혜택을 입지못하는 것이다.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휘발유의 공장도가격에는 생산원가와 정유사가 챙기는 이윤까지 들어있다. 공장도가격이 가장 비싼 때는 지난해 1월로 리터당 515원수준. 이후 환율이 떨어지면서 점차 하락해 지금은 189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공장도가격이 떨어진 것은 원유도입가격과 환율이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98년초부터 3·4분기까지 배럴당 12~14달러(두바이산 기준)를 유지했으나 11월이후 10달러선으로 하락한 상태다. 원화환율도 지난해초 달러당 1,800원대에서 지금은 1,10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공장도 가격이 이렇게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휘발유가격은 98년 1월 1,217원에서 3월 1,047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 9월에 1,224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금은 1,179원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도가격이 1년사이 326원 떨어졌는데 소비자가격은 38원 떨어진 것. 유통비용은 지난해 1월 68원에서 지금은 88원으로 20원정도 올랐다. 문제는 세금이란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휘발유값의 76%가 세금이다= 휘발유에는 교통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어있다.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는 리터당 691원, 교육세는 103원, 부가세는 유통단계까지 포함해 107원이다. 휘발유 1리터의 원가나 유통비용은 278원에 불과한 반면 세금은 모두 합해 901원. 소비자가격의 76.5%가 세금이다. 교통세는 지난해 1월 455원에서 5월 591원, 9월 691원으로 인상됐다. 인상률만 놓고보면 67%에 이른다. 교통세에 따라붙는 교육세도 자연스레 올랐다. 이에 따라 휘발유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52.1%에서 5월 74.0%로 급등했고 지금은 76.5%까지 치솟았다. 자동차는 휘발유로 가는게 아니라 세금으로 간다는 얘기도 무리가 아니다. ◆정유업계의 주장= 정책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교통세율 인상으로 손쉽게 세수(稅收)를 확보하고 있다. 유류소비를 줄이고 세금도 더 거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율인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우선 교통세 인상은 곧 휘발유가격 인상을 불러오고 결국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이는 가계의 구매력을 위축시키고 자영업자 등 중소업체에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교통세 등의 인상은 결국 휘발유 수요감소를 초래, 세수확보라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득수준에 따라 내는 직접세와 달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여서 조세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고 있다. 정유업계는 또 교통세나 교육세가 목적세인 만큼 법률이 정하는 용도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실업기금이나 사회간접자본 확충 재원으로 쓰이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현재처럼 소비자가격의 76%가 세금인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인하라는 결단을 내리지않는다면 정유업계가 스스로 가격을 인하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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