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없는 은행' 뱅킹 모델이 깨진다

금융 디지털화 급속 진행에 정형화된 은행 사라져

"대처 못하면 '조·상·제·한·서' 운명 재연될 수도"


# 하나은행 서울 방배남지점 김모 팀장은 최근 한 대형병원 여의사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여의사는 현장에서 예금계좌를 2개 트고 대출 신청과 약정을 했다. 모든 업무는 태블릿PC로 이뤄졌다. 그는 스마트 기기에익숙해 전자펜 서명과 대출 증빙서류 사진 캡처에 거부감이 없었다. 은행 업무는 15분 만에 끝났다. 그는 스마트폰의 '하나 N Bank' 앱으로 내역을 확인한 뒤 병원으로 돌아갔다.

#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출근길에 적금이 만기를 맞아 계좌로 원리금이 이체됐다는 문자를 받고 예치된 돈으로 곧바로 스마트예금에 가입했다. 오후에는 돌잔치를 하는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10만원을 보냈다.


금융 디지털화에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은행의 정형화된 모델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

일선창구에서 인터넷뱅킹,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으로 이어진 금융 서비스가 카카오톡을 이용한 소액결제로까지 나가면서 금융거래에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금융의 도구였던 정보기술(IT)이 은행을 삼키고 있는 셈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과거 100년보다 클 것"이라며 "'은행 없는 은행'이라는 판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외환위기 당시 기업부실로 문을 닫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운명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관련 시리즈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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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계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이 결제·대출·상품가입·이체 등 전통업무에 스며들면서 뱅킹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시중은행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1인 브랜치 확대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태블릿브랜치를 하반기에 모든 점포로 넓히고 우리은행은 포터블브랜치 성격의 IT기기를 60대로 늘린다. 움직이는 점포다.

온라인 거래가 은행 업무의 90%가 되면서 올해 200여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6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올 3월 말 2만6,110개로 5년 사이 20%가 줄었다. 대신 휴일에 문을 여는 은행이 많아진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최근 주말근무를 지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은 은행의 명을 가를 변수다. 미국에서는 블루버드·심플 등 '금융테크벤처'들이 '대안은행'으로 기존 은행을 흔들 만큼 컸다.

하나은행은 온라인결제 업체인 중국 알리페이와 손잡았다. 금융사와 IT업체 간의 '교배'다. 한 시중은행장은 "유망한 금융테크벤처를 살펴보는 은행이 늘고 있다"며 "지점 없는 '인터넷뱅크'의 출현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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