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문화콘텐츠전시회 `DICON2003`참석차 방한한 오카다 시게루(79) 도에이 명예회장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성장하고,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TV에서 보다 많은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일본 애니메이션게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오카다 시게루 도에이 명예회장이 1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의 영화ㆍ애니메이션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에 수출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며 “최근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등 한국산 문화 상품들이 성과를 올리고있는 만큼 그 성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카다 시게루 명예회장은 지난 47년 도에이에 영화 촬영장 스태프로 입사했다. 이후 기획제작본부장, TV본부장, 사장, 회장을 거쳤으며, 지난해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동경경상공회의소의 서비스ㆍ정보산업부 회장, 도쿄국제영화제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도에이맨`으로 활약하면서 애니메이션의 고전인 `은하철도999`부터 시작해 `세일러 문`, `드래곤 볼` 등 수십 작의 히트작을 선보였다. 지난해와 올해는 미야자키 하야요 감독의`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고양이의 보은`을 내놓아 전세계에 걸친 공존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히트비결은 뭘까. 오카다 시게루 명예회장은 “우리회사도 한때 애니메이션 사업이 지지부진 해 사업을 접으려 했던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망해도 좋으니 애니메이션을 하겠다는 직원들이 있었고, `피투성이 전투`에서 승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산업만은 꾸준히 성장, 현재는 대미 애니메이션 수출액이 철강제품의 4배에 달할 정도”라며 “최근 디즈니를 비롯한 미국 회사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극받아 일본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작 애니메이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모든 유행은 길어야 10년이면 끝나고 애니메이션도 유행이다”며 “세계 모든 국가에서 붐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는 긍정적으로는 `아직 기회가 있다`로, 부정적으로는 `이젠 늦었다`로도 해석할 수 있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