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원들과 함께 ‘반두비’라는 영화를 봤다. ‘반두비’는 방글라데시 말로 ‘친구’라는 뜻이다. 한 여고생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 노동자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영화가 제작됐다는 것은 이들에 관한 문제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는 방증일 것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무렵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생각이 미쳤다. 만약 외국인, 특히 후발 개발도상국 국민들을 향한 마음가짐을 순위로 매긴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몇 위나 할까. 영국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는 올해 우리 수출이 세계 10위 안에 들 것으로 전망하는데 우리가 그에 걸맞은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말 현재 국내의 외국인 장기 거주자는 약 8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에 이른다. 그러나 결혼 이민자 및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베트남ㆍ필리핀ㆍ태국 등 외국인 거주자의 대부분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진다는 이유만으로 냉대 받거나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대한 불쾌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귀국하면 그 나라의 반한(反韓)세력이 될 수 있고 특히 한국에서 차별을 겪은 유학생들이 그 나라의 주역이 된다면 우리에게 불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기업들은 인종ㆍ언어ㆍ문화가 다른 곳에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이들을 차별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부와 기업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사소한 오해와 갈등만으로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한류’가 ‘혐(嫌)한류’로 돌변하는 일을 겪지 않았던가.
영화 ‘반두비’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대사가 “마음을 열어”다. 경제력과 피부색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과 자세를 감안할 때 이만큼 큰 울림을 갖는 말도 없을 것이다.
이제 서양을 향한 근거 없는 선망은 물론 후발국과 그 나라 국민들에 대한 편견을 거둘 때도 됐다. 필요하다면 시민사회 단체와 정부가 손잡고 모든 외국인을 같은 잣대의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정에서 학교ㆍ직장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열린 마음, 열린 자세를 가질 때 대한민국의 품격은 업그레이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