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을 기대했던 산정호수는 3월 중순이라는 계절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온통 하얀 눈천지였다. 호숫가를 따라 구불구불한 순환도로를 달리는 동안 굵은 눈발이 보닛에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차는 순백색이 돼버렸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김이 서린 유리창을 손으로 닦아내곤 ‘PT크루저 카브리오’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국산 소형차만한 크기지만 좀처럼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디자인의 콤팩트카가 너무나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라운드형 펜더에다 독특한 모양의 그릴을 갖춘 레트로(Retro)풍의 앞모습은 앙증맞다고나 할까. 그릴 바로 위 날개를 길게 편 독수리 모양의 크라이슬러 로고 문양이 명차의 계보를 잇는 예사롭지 않은 혈통임을 알려준다. 고갯길을 오르는데 전륜구동의 PT크루저 카브리오는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로 아무일 없다는 듯 쑥쑥 거침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 차폭이 좁은 탓에 바퀴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여과 없이 느껴진다. 포천시 일동을 지나 갈비로 유명한 이동으로 향하는 직선도로. 다른 차보다 차체가 높은데다 앞 유리창이 훨씬 넓어 시야가 탁 트인다. 아직 눈발이 가시지 않았지만 액셀러레이터를 쭉 밟아봤다. 시원스레 달려나가는 속도감이 짜릿한 쾌감을 준다. 고성능 2.4리터 V4엔진을 탑재, 최고출력은 152마력, 최대토크는 22.0kg.m에 이른다니 차 크기에 비해 힘이 넘쳐나는 건 당연한 이치. 룸미러 위 손잡이를 잡아당긴 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금세 차는 오픈카로 변했다. 따사로운 햇볕 대신 차가운 눈발 때문에 금세 지붕을 씌울 수밖에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PT크루저 카브리오는 크라이슬러의 인기차종인 PT크루저의 컨버터블 모델. 평일에는 세련되고 클래식한 스타일의 컨버터블 차량으로, 주말에는 여행의 파트너인 위크엔드카로 변신이 자유롭다. ‘소형 세단에 미니밴의 공간활용 능력을 더한 세계 최초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자동차’라는 평가답게 넉넉한 실내공간도 돋보였다. 다만 컨버터블인 탓에 정숙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