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육성정책 실효성 없다
정부 "성장·고용 핵심 육성" 말로만… 빈사상태서 신음
'주5일제' 따른 경영부담 보완책을
정부, 政-財 유화분위기 만든다
청와대 회동 화두는 '투자'
경총회장은 왜 안부를까
“한국에서 중소기업 하기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21일 노무현 대통령과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시화공단에서 베어링을 생산하는 H사의 이모 사장은 “혹시나 나아질까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가 길거리로 나 앉을 판”이라며 “빈사상태에 빠진 중소기업의 실상을 대통령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ㆍ벤처기업을 성장ㆍ고용의 핵심주체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현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의 신음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경영난이 한계상황에 직면했지만 정부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청사진은커녕 이렇다 할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올해 매출이 불황에 시달린 지난해보다 30~70% 감소한 내수 위주 중소기업들이 수두룩하고 5월 매출도 지난 4월보다 50%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경제부가 주관하는 중기 실태조사가 끝나야 제대로 된 진단ㆍ처방이 나올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는 중소기업에 근본적인 치료는 미룬 채 진통제만을 처방하며 간신히 연명하게 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K사의 신모 사장은 “5월 매출이 전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20여명을 고용하던 회사가 2~3명만으로 근근이 버티는 경우가 주변에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소기업 자금난 완화를 위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대출회수 자제요청도 현장에서는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반도체업체인 R사의 김모 사장은 “은행권이 현재의 재무구조만 보고 기존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전 기협중앙회 정책토론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잘살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고 중소기업통합지원센터 설립을 적극 검토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중소기업인들은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며 정부의 중기대책 실종을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부실 대기업과 금융기관에는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중소기업 지원에는 인색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청을 산업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격상시켜 중소기업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초대된 K사장은 “중소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할 작정”이라며 “이들이 사업의욕을 잃으면 국가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는 만큼 중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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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4-05-19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