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 없이 경쟁력 없다/이윤호 LG경제연 원장(시론)

최근 우리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6월중의 무역수지가 근 30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이다. 금년도 경상수지 적자폭은 2백억달러가 넘으리라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고, 5%수준에 그치리라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6%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부도사태도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물가 및 금리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큰 몫을 차지하는 투자심리나 소비심리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는 지루한 회복국면을 거칠 것 같다. 현재의 경기 움직임과 관련하여 다음의 몇가지를 지적하고 싶다.첫째, 구조조정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는 아직도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수출회복과 이로 인한 경기회복 기미는 우리경제의 경쟁력 강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경기의 호전과 엔화강세 등 주로 외부 환경변화에 힘입은 것이다.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체질이 개선되었다는 기미는 아직 어디에서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금융구조의 개혁이나 정부부문의 혁신도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고부가가치·고기술 분야로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괄목할만하게 이루어졌다거나 기업들이 획기적인 기술개발이나 제품을 내놓아 세계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소식도 없다. 1980년대 후반의 3저호황과 그리고 1990년대 중반의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력이 강해 좋은 결과가 나온줄 알고 우쭐대며 준비를 소홀히 하다가 경제 위기를 맞은 쓰라린 경험을 지니고 있다. 성장률을 어느정도 희생하더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경제의 구조조정을 하는데는 명백한 목적과 철학 그리고 기본 방향이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의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경쟁력 강화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키 위한 구조조정의 기본철학과 방향 그리고 수단은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의 촉진을 통한 시장경제의 활성화」여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가급적 줄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부가 가려지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즉 시장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강국들이 하나같이 왜 이런 정책을 택했는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몇몇 정책을 보면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재무구조 개선방안과 같은 정책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이 방만하고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현실 인식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이냐,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주체와 방법의 문제다. 금융문제라 할 수 있는 기업 재무구조를 정부가 세제와 같은 재정수단을 사용하여 강제하다시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심사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강화시켜 금융기관이 담당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며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제운영인가를 생각해 보면 해답은 자명하다. 셋째,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한시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경기호전에 대비한 투자를 준비하되 리스크가 있더라도 「유망한 사업을 선택」하여 「군살없는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기가 회복에 접어든다고 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기업의 자금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구조조정과 관련된 한계기업들의 부도는 지속될 것이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재무구조나 사업 다각화를 보는 눈이 국내외적으로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스스로의 거품과 군살의 제거 및 현금흐름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외부 관련기관의 재무 건실성에 대해서도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원화의 점진적인 절상에도 대비해야 하며 당분간은 내수보다 수출에서 매출확장의 여지가 크다는 점도 하반기이후 기업경영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 차원에서나 구조조정 노력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없이 경쟁력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경제주체 모두가 경쟁력있는 강한 경제의 기반을 이번 기회에는 꼭 마련해야 한다는 단단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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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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