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조직의 진정한 힘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하이테크 시대가 되면서 기업경영도 기술적 인프라와 계량적인 지표들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이다. 요즘 보고서들을 보면 컴퓨터로 뽑아낸 수치와 거기서 도출해낸 규격화된 결과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인사관리나 기업문화도 그와 같은 식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데이터만을 갖고 현실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통계와 체감경기와의 차이는 잘 알려진 문제다. 경제통계는 특정한 방법으로 특정한 대상만을 관찰해 월 혹은 연 단위로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장바구니 물가, 이웃의 소비, 주위의 풍문과 같은 현장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생산과 판매의 수량과는 관계없는 주가와 부동산가격도 중요하고 때로는 경제와는 상관없는 사회면의 뉴스도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일선에서 일하는 조직원 개개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다. 비록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방식일지라도 자신의 실제경험에 근거한 판매현장 직원들의 말이 더 진실된 것이며 미래예측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진보하고 합리주의적 경영기법이 발전하더라도 기업은 사업수행을 위한 ‘인간공동체’(community of human being)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The Living Company’라는 논문을 보면 현대기업의 평균수명은 20년을 밑돌지만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들은 조직원 상호간의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 문화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은 그 조직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조직원의 심리적 특성과 현장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규격화된 데이터에만 의존해 명령을 내리고 순순히 따라와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게는 조직 내부의 인간관계, 즉 인격적인 교류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바람직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점점 어렵게 되는 것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아주 정교한 계량화된 언어와 접근방법, 그리고 시스템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현장의 현실이 왜곡되고 인간적 교류가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면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인간중심의 경영, 즉 하이터치가 더욱 중요하다. 후배 세대에게 아쉽게 느끼는 점이다. 하이테크를 하드파워라고 한다면 하이터치는 소프트파워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조직의 진정한 힘은 조직 내적인 관계(inner organization relations), 즉 직원간의 관계를 어떻게 최고(best relation)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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