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글로벌 진출 10년… 'K쇼핑' 성장 이끄는 전진기지로 떠올라

■ TV홈쇼핑 20년

GS·CJ·롯데·현대 초기 시행착오 이겨내고 합작통한 현지화· 상품경쟁력 앞세워 신바람

올부터 한류 강한 남미·유럽도 본격 공략

TV 기반 '모바일·온라인시장' 확대도 나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고샵 스튜디오에서 현지 쇼호스트가 종아리 마사지기를 소개하고 있다. 고샵은 GS샵이 현지 최대 미디어그룹인 아스트로와 합작 설립한 홈쇼핑 채널이다. /사진제공=GS샵

터키 이스탄불의 MCJ 스튜디오에서 현지 쇼호스트들이 국내 중소기업의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MCJ는 2012년 CJ오쇼핑과 터키 미디어그룹 미디어사가 합작해 만들었다. /사진제공=CJ오쇼핑


"자, 그럼 지금부터 내기를 시작해볼까요?"

지난 10일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한 홈쇼핑 스튜디오. 빨래건조대 신제품을 소개하던 홈쇼핑 쇼호스트가 돌연 빨래 널기 시합을 제안했다. 한창 시합이 무르익자 구형 제품에 빨래를 널던 쇼호스트는 부족한 공간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신제품을 선택한 쇼호스트는 신나게 춤까지 추면서 남은 빨래를 모조리 널었다. 이들은 내기가 끝나기 무섭게 재빠르게 두 제품의 차이를 이어서 설명해나갔다.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이 방송은 GS홈쇼핑이 올해 1월 말레이시아에 개국한 홈쇼핑 고샵(GO SHOP)의 한 장면이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국내 홈쇼핑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면서 'K쇼핑'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째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축적된 노하우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현지 유통업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세가 거세지만 한국식 홈쇼핑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첨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GS

GS홈쇼핑은 2009년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태국·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터키·말레이시아 7개국에서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진출 초기에는 국내와는 다른 소비자의 특성으로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지속적인 현지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조기에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법인을 자회사로 분리하지 않고 영업본부 소속에 두고 줄기차게 시장을 연구한 것이 주효했다.

GS홈쇼핑은 해외 시장에 진출한 첫해 700억원의 취급액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941억원의 취급액을 해외에서 거뒀다. 올해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조5,000억원을 목표로 잡고 TV홈쇼핑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해외에 선보일 계획이다.

조성구 GS샵 글로벌사업본부장은 "GS홈쇼핑은 업계 최고 수준의 홈쇼핑 노하우와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한 상품을 양대 축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는 합작사들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원년으로 전망되는 등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CJ


CJ오쇼핑은 앞서 2004년 중국 최대 미디어기업인 상하이미디어그룹과 동방CJ를 설립하고 국내 홈쇼핑업계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내 최초의 정식 홈쇼핑방송인 동방CJ는 개국 첫해 200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설립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철저한 품질 관리와 빠른 배송을 앞세워 2012년에는 단일 국가 최초로 취급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홈쇼핑업체 중 가장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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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은 이후 터키·인도·태국·필리핀·일본에도 앞다퉈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동안 현지에서 운영하며 축적한 고객센터와 물류센터 노하우를 다시 국내에 적용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CJ오쇼핑은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비중을 전체 매출의 절반까지 끌어올리고 2020년에는 국내외에서 15조원의 취급액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일천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은 "72시간 내 배송과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통해 동방CJ는 중국에서 백화점보다 신뢰도가 높은 고급 쇼핑창구로 자리잡았다"며 "경쟁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 상품이 해외에서 제값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이라고 말했다.

롯데

홈쇼핑 후발주자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05년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만 최대 금융기업 푸방그룹과 설립한 모모홈쇼핑은 대만 전역에 방송을 내보내면서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2010년에는 중국 럭키파이홈쇼핑의 지분을 인수해 중국에도 진출했고 2012년에는 베트남 미디어기업 닷비엣과 손잡고 롯데닷비엣까지 개국했다. 해외에 판매하는 제품 중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점도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현대

2011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현대홈쇼핑도 올해 베트남과 태국에 잇따라 진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베트남에서는 국영방송인 VTV와 합작해 올해에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7년에는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내에는 태국 1위 방송통신기업 인터치그룹을 통해 태국 현지에도 진출해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홈쇼핑업체가 잇따라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K쇼핑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 국가에 현지 업체와 합작사 형태로 진출하다 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중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적자를 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홈쇼핑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외에 한류열풍이 강한 남미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TV 기반 홈쇼핑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대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업계의 화두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모바일이 홈쇼핑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홈쇼핑을 시청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신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확충하고 온라인쇼핑몰과 연계해 해외 직접판매의 창구를 늘려야 성장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홈쇼핑의 핵심 경쟁력이 상품의 품질에서 나오는 만큼 국내외 우수 중소기업을 끊임없이 발굴해 현지에 소개하는 것도 홈쇼핑업계에 주어진 과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업체들이 주로 홈쇼핑을 운영하던 중국과 동남아에 국내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홈쇼핑 시장 전체의 신뢰가 올라가고 고급 유통창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홈쇼핑이 K쇼핑의 과실을 이어가려면 홈쇼핑·온라인·모바일로 이어지는 유통 환경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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