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너무 안이한 기후변화 대응

쥐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쥐는 동료들이 고양이에게 다 잡혀먹는 모습을 보고 ‘이러다 쥐 종족이 아예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 아닐까’ 근심했다. 생각에 골똘히 잠긴 어느 날 우연히 날아다니는 박쥐를 보고는 깨달은 듯 박수 치면서 “고양이는 날 수 없다. 모든 쥐가 없어진다 해도 모습이 닮은 박쥐가 있으니 쥐의 모습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안도하고는 다른 쥐들에게 떠들고 다녔다. 그러나 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고양이가 하는 말. “어리석은 쥐가 날아다니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구나.” 독일 레싱의 우화다. 동화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라고 믿는 어리석은 이’에 관한 얘기다. 똑같은 상황이 우리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있는 듯해 우려된다. 지난해 12월15일에 인도네시아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을 했다. 오는 2009년까지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저감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기로 한 발리 로드맵(Bali road map)에 합의한 것이다.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내놓는 데는 실패했어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논의에 참여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만도 큰 성과라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는 2009년까지 결과를 기다려보고 결정하자는 ‘관망형’이 있거나 아니면 대량 감축의무가 예상되는 선진국으로는 한국이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믿는 ‘대범형’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기다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발리 로드맵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2013년부터 시작되는데 한국이 개도국으로 취급받기 바란다는 것도 심각한 환상 현상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가 느림보 걸음이라면 기업은 항상 달리고 있듯이 기후변화시장도 세계 유수의 초일류 기업들은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일본ㆍ영국ㆍ네덜란드 등의 일류 기업들은 앞장서서 저탄소사회를 만들며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전세계 탄소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온실가스 강제감축에 반대해온 미국도 이번 발리 로드맵에 참여함으로써 저탄소사회로 가기 위한 의지를 전세계에 보냈다. 일본 최대 도시가스회사인 도쿄가스는 스스로 가진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도시가스로부터 자동차용 연료전지를 생산, 시범운행 중이다. 또 가정용 연료전지도 2010년까지 1,000만대 보급하기로 했다. 영국계 석유회사인 BP사는 지난 2002년부터 ‘석유를 뛰어넘어’라는 경영이념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바이오사이언스(energybioscience)연구원을 설립할 정도다. 세계적 가전업체인 GE는 2005년부터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을 표방하면서 환경 관련 수익이 2010년에는 2004년의 두 배인 2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0년부터 저탄소 자동차인 프리우스(prius)에 집중 투자한 결과 도요타는 2006년 현재 미국 자동차시장의 15.4%를 점유할 수 있었으며 2006년에는 벤츠나 캐딜락보다도 더 많이 판매했다. 듀폰(Du Pont)사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73%의 온실가스 저감으로 3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2015년까지 15%를 더 줄일 계획이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파격적이다. 회사의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하고 폐기물 발생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저탄소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연구와 기술에 투자해왔다. 그것이 지금 저탄소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초 동력이 되고 있다. 외국의 일류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저감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기업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왜 오래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겠는가를 한국의 기업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이 많고 자기의 지식만을 믿는 쥐는 영원히 그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 기업들은 독일 우화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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