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간 국내 사법권의 무풍지대와도 같았던 외국계 펀드들과 잇따라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30일 전격 이뤄진 검찰의 론스타 압수수색은 국내에서 자산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외국계 펀드 사무실과 임원들의 집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전례가 없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과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무더기로 사고파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탈세ㆍ국부유출 문제에 대해 무기력했던 조세권과 형사사법권이 론스타 사건을 계기로 본격 시동이 걸린 양상이다.
압수수색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론스타 수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론스타 전직 임원과 자회사 16개를 고발하면서 부각됐다. 국세청은 당시 론스타뿐만 아니라 칼라일ㆍ골드만삭스ㆍ웨스트브룩ㆍAIG 등 5개 펀드에 총 2,148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면서 유독 론스타만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고발대상은 한국 투자를 총괄한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전직 임원 4명,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와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등 국내 론스타 자회사 2곳과 14개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 등이다.
특히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표면상 국세청 고발내용만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인력을 동원, 회계장부 등 방대한 관련 자료를 확보한 이면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라는 몸통에 대한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된 헤르메스 건의 경우 전 펀드매니저 로버트 클레멘츠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현재 발부된 상태다. 검찰은 해외자본으로는 처음으로 헤르메스펀드를 벌금 73억원에 기소했고 이 사건은 법원 직권으로 정식 재판이 청구됐다.
그러나 헤르메스펀드 수사에서 검찰은 투기자본을 질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뒤늦게 수사의 칼을 뽑아들고 압수수색을 포함한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검찰이 과연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티븐 리 전 대표의 신병확보도 문제다. 스티븐 리 전 대표는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다음날인 지난해 4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5월1일 입국해 사흘간 국내에 머물다 다시 출국했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을 접수한 후 바로 스티븐 리 전 대표를 입국시 통보조치하도록 했고 이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서라도 그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아울러 범죄인 인도 청구의 경우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경우 신병을 요청국에 넘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국 수사당국의 비협조 가능성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본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옮겨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수사는 국내라는 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외국계 펀드 수사도 정당한 형사사법권 발동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될 문제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