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몰려드는 뭉칫돈에 은행 "운용처가…"

큰손들 투자처 마땅찮아 일시적 예금 늘어<br>작년말 기준 10억이상 계좌 4만개 300조


지난해 말 건물을 판 A모씨는 고민 끝에 은행을 찾았다. 20억원 가까운 돈을 예치하기 위해서다. A씨는 "여러 투자처를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자금을 안정적으로 맡길 수 있는 은행 문턱을 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은행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예치하는 고객의 발길이 줄지 않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정기예금의 계좌가 4만개를 돌파했고 전체 예치금액도 3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2009년 말 2만8,000여개의 계좌, 198조원 수준이던 것이 매년 50조원가량 자금이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0억원 초과 계좌는 3만9,000여개, 283조9,610억원에 이른다.


최근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큰손이 맡기는 뭉칫돈의 규모가 300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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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은 "부동산을 판 돈 등 거액의 뭉칫돈이 은행창구에 많이 예치되고 있다"면서 "계좌는 많지 않지만 워낙 맡기는 돈의 규모가 크다 보니 이들이 맡긴 자금은 수십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아직도 불안한 상황인데다 주식시장 역시 상승 곡선으로 완벽하게 돌아섰다고 판단하지 못하자 이른바 큰손들이 은행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큰손들이 맡기는 돈의 액수는 5억~10억원 계좌의 예치금액보다 많다. 그만큼 큰손들이 많다는 얘기인데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 5억~10억원 규모의 계좌는 3만7,000여개이고 금액은 29조1,800억원이다. 10억원 초과의 정기예금보다 예치금액도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으로서는 뭉칫돈의 유입이 반갑기는 하지만 마땅한 운용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더구나 공공성 재정자금이 풀리는 상반기에는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은행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진다. 한국은행의 금리상승을 기대하며 예금을 않다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 미뤄지면서 예금에 가입하는 고객 수요까지 감안하면 은행의 예대마진은 더욱 줄어들 우려가 높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금리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1년 이상을 예금에 묻어두는 뭉칫돈의 유입이 많다"면서 "은행으로서는 반갑기는 하지만 운용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산층이나 서민의 자금운용수단이 되는 1억원 이하의 정기예금이나 적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1억원 이하의 정기예금은 계좌 수는 물론 예치금액까지 정기적금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정기적금은 계좌 수 676만여개, 22조5,570억원이지만 1억원 이하의 정기예금은 계좌 수가 1,000만개를 넘어섰고(1,067만2,000여개), 예치금액도 158조9,920억원에 달한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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