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통령의 '양극화 장사'

연초부터 시작한 대통령의 ‘양극화 장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80%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는 해선 안될 말들을 뱉었는데 더 큰 문제는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구체적인 통계까지 들먹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선 대통령은 “근로소득세는 상위 20%가 90%를 내기 때문에 세금을 더 올려도 나머지 80%는 손해볼 것이 없다”고 했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첫째, 근소세는 국민이 내는 30개가 넘는 세금 중 하나에 불과하고 총 조세수입의 6%에 불과하다. 나머지 94%의 세금 중에는 부자들보다 서민들이 더 부담하는 소주세, 도시가스세, 아파트 관리비와 학원비에 붙이는 부가세 등 노무현 정부가 연초부터 올리겠다고 공언한 각종 세금들이 있다. 그런데도 부자 20%만 세금을 낸다니 나머지 사람들은 세금을 올려도 손해볼 게 없다니. 만약 대통령이 근로소득세가 6%밖에 안되는 극히 일부분인 줄 모르고 국민과의 대화에 임했다면 우리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조세의 ABC부터 배우는 과외 수업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알고도 이렇게 얘기했다면 우리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을 속이지 않는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 둘째, 백 보 양보해서 근로소득세만 있고 다른 세금이 전혀 없다고 치더라도 대통령의 얘기는 틀렸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위 20%는 연봉 3,000만원이 넘는 사람들이다. 국내 1,000개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이다. 그런데도 세금인상이 부자들에게만 해당된다니…. 국민들은 IMF 때보다 살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어도 지난 한 해 월급만 9,000만원 저축하신 대통령이라 서민들 사정을 몰라서 그러시는지 아니면 연봉 3,000만원짜리 서민은 죽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지 정말 의아하다. 대통령의 통계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12%에 불과한 강남 출신 서울대 입학생을 60%라고 과장해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엔 강남구가 마포구보다 서울대 합격률이 9배나 많다고 했다. 급기야 교육부가 서울대 합격률이 제일 높은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쏙 뺀 숫자라고 실토했다. 세금 양극화 과장만으로는 모자라는지 교육 양극화, 부동산 양극화까지 과장하고 있다. 양극화는 정말 나쁘다는 분이 양극화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집권을 위해 양극화를 부추겨온 남미의 무수한 좌파 정권들, “자본주의 사회에 평등주의적 교조가 미친 영향은 이 두 개의 어버이 중 어느 것도 닮지 않은 제3의 괴물, 노예국가, 즉 파멸을 낳을 것”이라던 하이예크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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