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9일] 비투스 베링


1741년 12월19일,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과 알래스카 사이의 작은 섬 해안. 난파한 배에서 내린 뒤 지치고 굶주린 병사들 틈에서 늙은 군인 한 사람이 숨졌다. 러시아 해군 준장 이반 이바노비치, 덴마크 이름으로는 비투스 베링(Vitus Bering). 알래스카를 발견한 탐험가다. 1681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항해사로 근무하던 그는 22세 때 일생을 바꾼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해군에 입대한 것. 스웨덴ㆍ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을 포함해 21년간 복무를 마치고 대령으로 예편한 그를 페테르 대제가 불러들였다. 극동지방 탐사와 신항로 개척을 위해 1725년 페테르부르크를 출발한 베링은 두 차례에 걸친 캄차카 탐험에서 시베리아 동쪽 끝과 맞은편 대륙이 바다로 갈라져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그가 본 바다는 오늘날 베링해로 불린다. 1차 탐험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공로를 인정 받아 준장으로 승진했으나 생각지도 않았던 불행을 맛봤다. 탐험기간 중 자녀 다섯 명이 전염병으로 희생됐다는 소식에 상심하다 2차 탐험에 자원, 베링섬으로 이름이 바뀌게 될 아바차섬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육로 3만㎞를 걸어서 이동하고 손수 건조한 선박으로 북극해의 언 바다를 항해했던 그의 탐험은 러시아에 보물창고를 안겼다. 광활한 알래스카를 미국에 720만달러를 받고 팔아 넘긴 러시아는 두고두고 후회했지만 베링이 지나갔던 극지의 길과 바다에서 나오는 석유와 천연가스, 풍부한 어족자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요즘에는 그 가치가 더욱 커졌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환경재앙의 위험이 높아지는 한편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북서항로의 가능성이 커지고 북극해 자원 선점을 둘러싼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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