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

생활속 아이디어 포기않고 사업화 도전<br>5년만에 매출 1,500억<br>스팀청소기 개발비만 10억… "친정·시댁집까지 담보로"<br>2001년 인터넷몰 통해 시장진입 성공후 폭발적 성장




"걸레질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로 연간 매출이 1,500억원이 된다고 하니까 모두들 운이 좋은 줄 알더군요.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성공시키기까지 과정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오죽하면 '걸어 다니는 민폐'라는 별명까지 얻었겠어요." 자신의 이름을 제품에 넣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는 한경희(42) 한경희생활과학 사장. 걸레질 하다가 우연치 않게 얻은 아이디어로 대박을 쳤다고 알려졌지만 실상 그녀의 제품 개발 과정은 참으로 고생스러웠다. 한 사장은 이화여대 불문과 83학번. 2남 1녀 가운데 막내인 그녀는 겉모습만으론 순탄한 가정에서 귀하게 자란듯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그녀는 그야말로 '도전정신이 넘치는'사람이다. '외국 여행은 하고 싶지만 유학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한 사장은 지난 1986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홍보직원으로 스위스 로잔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3년간 단조로운 업무를 하면서 무료함을 느낀 그녀는 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또 현지에서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부동산 컨설팅 업무, 호텔 룸 세일즈, 대형 할인점 유통 업무 등을 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때부터 제 스스로 사업가 기질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즐거웠고 또 제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았거든요." 외국인 인턴 사원으로, 영업 부서에서 하루에 15시간씩 강도 높은 일을 감당했던 그녀는 현지 직원들보다 실적이 2~3배는 높았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6년여. "들어와서 시집가라"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귀국한 때가 서른 한 살 무렵이었다. 틈틈이 준비한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을 낳으면서 3년간의 평탄한 나날을 보냈다. 워낙 깔끔한 성격 탓에 욕실이며 화장실 청소를 뜨거운 물로 한다는 한 사장. 그녀의 청소 습관에서 홈쇼핑 대박 상품인 '한경희 스팀 청소기'가 탄생하게 된다. "맞벌이 하다 보면 남편들이 빨래나 설거지는 도와줘도 바닥 걸레질은 잘 안 해 주잖아요. 걸레질은 할 때마다 시간도 힘도 많이 들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제가 워낙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걸레질을 포기할 수는 없고 심지어는 뜨거운 물로 걸레질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러나 공학도 출신도 아닌 그녀가 스팀 청소기를 만들겠다고 무작정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러 다니자 당시 주위에서는 '걸어 다니는 민폐'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개발비로만 10억원이 넘게 들었어요. 저희 집은 물론 친정과 시댁 집까지 담보 잡히고 말았지요. 그렇다고 중도에 그만 둘 수도 없었어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술을 꽉 깨물고 제품 개발에 매달렸지요." 그렇듯 힘들게 일궈낸 스팀 청소기 첫 번째 작품이 결국 지난 2001년 탄생했다. 문제는 시장 개척이었다. 한 사장은 먼저 인터넷 쇼핑몰을 공략,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지난 2002년 20억원의 스팀청소기 매출을 올린 뒤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1,5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한 사장은 이런 성공의 뒤안속에 잊지 못할 아픈 경험이 있다. 창업을 한 후 자금이 필요해서 정부자금을 빌리러 모 신용평가기관에 찾아갔다가 겪은 수모다. "정부자금을 집행한다는 그 사람의 첫 마디가 '여자는 실질적인 사장은 없고 죄다 얼굴 마담일 뿐'이라는 거예요. 남편이 부도를 내고 신용불량 상태니까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나서는 게 아니냐, 주민번호 두드리면 다 알 수 있으니까 다 실토하라고 윽박지르더군요. 그 날 제가 받은 수모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2004 벤처 대상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2005년 발명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한 사장. '생활과학'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주부들이 꼭 필요로 하는 좋은 생활 가전제품을 만든다는 포부다. ● 스팀청소기시장 90% 점유… 내년 美진출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생활과학(대표 한경희, www.hahn.co.kr)은 국내 제1의 스팀가전제품 전문기업이다. 지난 99년 설립 이후 한국형 온돌 문화에 맞게 스팀청소기를 개발, 2001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스팀청소기 발명특허 등록을 받았다. 2002년말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을 더 높인 '한경희스팀청소'를 다시 내놓고 이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자랑하고 있다. 하이마트를 시작으로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할인점과 양판점에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는 한경희생활과학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수출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ㆍ대만ㆍ홍콩ㆍ캐나다ㆍ호주ㆍ중국 등지에 진출했으며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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