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대통령, 日 '안보리 진출시도'에 일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새벽(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를 빌려 유엔 안보리 개혁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섰다. 한 달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독일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이후 이론적 틀을갖춰 이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아난 사무총장에게 밝힌 안보리 증설 반대론의 요점은 한마디로 '일본은 아직 안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독일의 안보리 진출 시도에 대해 "안보리 증설이란 첫 관문을 통과하면 지지해주겠다"며 조건부 찬성 의사를 피력한것과 대비되는 스탠스다. 면담에 배석했던 정우성(丁宇聲)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을 겨냥한 것인지에 대해 "짐작해서 판단해달라. 다만 오늘 대통령의 말씀 중에 '일본'이란 단어는 한마디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외교 관례를 염두에 둔듯 면담에서 특정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이 내세우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주장에 대해 도덕적 정당성을 들어 공박함으로써 '타깃'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상임이사국 진출의 전제조건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고, 어떤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는지를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안보리 증설의 논거로 내세우는 유엔에 대한 재정적 기여론에 대해 "기여금을 많이 낸다는 것이 전부인가"라며 '부차적 문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일본을 향해 재정적 기여를 논하기 전에 과연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자격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그런 점에서 중대한 결격사유는 없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한발짝 더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 나라는 아시아의 지지를 받아야 지역의 대표성을 갖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미화 등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역내 갈등관계를 유발함으로써 아시아는 고사하고 동북아에서조차 이웃나라로부터 냉대를 받는 일본의 현주소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셈이다. 이러한 언급은 노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 때마다 반복되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대해 "반드시 뿌리뽑겠다"며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이 역사를 대하는 근본적 태도에 있어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 자민당의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으로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는 자리에서도 "새로운 사죄와 반성이 아니라 과거에 행한 사죄와 반성에 합당한 행동을 실천으로 옮겨달라"며 '언행일치'가 경색된 한.일관계를 푸는 해법임을 제시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의 최근 잇단 과거사 반성 등 화해 제스처에도 아랑곳 않고 원칙론을 견지함으로써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을 둘러싼 한.일간의 현격한 입장차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가시적이고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없는 한 지속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유엔특별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유엔개혁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전세계에 밝힐 것으로 보여 내달 하순 한.일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일본측의 대응과 태도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성기홍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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