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EN·블룸버그TV '리더십 포럼'] "실물경제 침체 위기 돌파하려면 총괄 사령탑 필요"

제조업 펀더멘털등 양호…자금유출 단기에 그칠것<br>국제적 협력 강화·국내외 언론 적절한 활용등 절실


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리더십 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한국경제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관한 토론을 벌인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닥칠 실물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를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총괄 사령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정도에 비례해 재정지출ㆍ감세ㆍ통화정책 등 전방위 측면에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국제적 협력과 국내외 언론 등의 활용 등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전문가는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각에서 우려하듯 보호주의 무역으로 회귀해 전세계의 위기를 증폭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토론은 빌 도먼 블룸버그통신 도쿄 보도국장의 사회로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와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대표,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해 진행됐다. -최근 한국의 상황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해 외화 자금조달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40% 이상 하락했고 원화 약세에도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 4위, 세계 13위의 경제국으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한국의 현 상황은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과 외국 투자가들의 인식에는 갭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대표=지금도 금융기관의 유동성 등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물경제가 괜찮으면 되지만 이번 어려움이 상당히 심각하고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의 펀더멘털은 1997년보다 좋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금 당장 달러화가 필요해 한국에서 돈을 빼려고 하지만 펀더멘털이 강한 상황에서 원화와 주가 약세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외화를 한국으로 가져와 자산을 사면 2~3년 뒤에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경상적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는 과잉반응이다. 현재 경상적자 규모는 한국경제 규모나 외환보유액에 비해 매우 작은 비중이고 10월부터는 유가하락으로 흑자전환이 이뤄진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외국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한국경제의 강점을 보여준다. 즉 그만큼 한국시장에서 이익실현이 가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단기적으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은 다시 바뀔 것이다. 또 앞으로 금융기관 간 통합이 이뤄지고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면 글로벌 금융기관도 한국에 추가 투자할 것으로 본다. 더 강해진 금융시장의 강점이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글로벌 보험사ㆍ금융사 등이 한국으로 진출해 한국의 금융서비스 성장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정부는 이미 과거의 위기라는 참고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입장이다. 미국을 보면 정책적인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한국 투자자들은 과거 한국이 단기자본을 빌려 장기적으로 기업체에 빌려줘서 문제가 생겼던 점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수출 부문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특히 조선 분야 등은 이미 향후 3~5년간의 수주를 많이 받아 지급 받고 있어 달러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과거와는 큰 차이다. 또 한국의 부채는 주택구매 등 가계 부문 지원에 쓰이는데 1997년까지는 이런 상황도 거의 없었다. 지금 한국의 금융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외부에서 한국에 우려하는 부분은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년 성장이 저조해지면 문제될 수 있지만 지금은 금융서비스 분야의 건전성이 높고 제조 분야의 펀더멘털도 좋은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은 좋지 않겠지만 오는 2010년은 2009년보다 나아질 것이다. 수출 면에서도 2001년 세계경기 악화로 12%나 감소했던 이유는 선진시장 위주로 수출이 치중돼 있던 영향이 크다. 지금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 다변화가 이뤄진 만큼 선진국 시장이 좋지 않아도 수출여건이 2001년만큼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도 내년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내년에 3%대 중반, 3.7~3.8%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통화ㆍ재정 측면에서 경기부양을 하고 있어 세계경기가 하락해도 한국경제 성장률은 전세계보다 나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내년 초 미국 행정부가 교체된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한국경제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이 된 자동차산업에의 파급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양 대표=7,000억달러의 미국 구제금융은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작다. 은행 건전성 개선을 위해 써야 할지, 수요창출을 위해 써야할지도 정해야 한다. 사견으로 이야기하자면 규모가 더 커지고 금융 및 기업 부문에도 지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도 고려해야 된다. 구제금융을 마구 쏟아부어도 되겠는가. ▦정 단장=물론 계속해서 문제가 될 요소다. 그러나 7,000억달러는 큰 돈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미국은 재정ㆍ무역적자가 문제인데 경제침체라는 추가 문제까지 생겼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첫 연설을 들어보면 (이 같은 문제를 풀기에) 앞으로 몇 주, 몇 달로는 충분하지 않고 첫 4년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너무 크기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제 공약한 것은 잊고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노조였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일 때와 대통령이 된 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모든 공약을 지키기는 어렵다.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오바마 당선인이 (보호주의 성향의 민주당 출신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리스크’를 유발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정부 조치가 많이 나왔고 사실 보호주의 기조를 띠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고 모든 게 연결돼 있다. FTA도 결국 이에 연계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바마는 아시아를 방문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의견을 물을 것이다. 테러에 공동 대응하자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며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낙관적이라고 본다. 미국은 결국 급속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양 대표=지금 보호주의로 돌아간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상황악화땐 재정·감세·통화정책등 과감한 조치를"
美구제금융 7,000억弗 불충분…기업부문도 지원해야
오바마 보호주의로 '亞리스크' 현실화 되는일 없을것
-한국 정부의 위기대응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했다. 또 14조원을 투입해 위기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조치도 실시된다. 한국정부가 충분히 위기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허 본부장=현재 미국의 재정위기는 100년에 한 번 올 만한 것이다. 금융시장 구조는 매우 복잡해졌고 1930년대 대공황 때와는 다르다. 미 정부를 포함한 모든 참여자들이 사실상 ‘룰’ 없이 게임을 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다. 악영향이 외부에서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경험은 전무하다. 정책 입안자들의 대응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감세 부문만 해도 한국은 보수적인 태도로 정부 예산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왔기에 새로운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1% 내린 것도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더 해야 한다. 문제가 불거지는 정도에 비례해서 대응해야 한다. 지출ㆍ감세ㆍ통화정책 등에 있어 상황이 악화되면 당연히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 대표=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도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좀 더 어려운 문제는 앞으로 나타날 실물경제로의 영향인데 정부가 힘든 결정을 내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10년 전 위기국면에는 민관에 두 개 사령탑이 있었다. 지금도 위기국면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사령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수석연구원=한국경제의 큰 문제는 원화ㆍ달러화의 유동성 경색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 재정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스와프 결정은 달러화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과 달리 한국인들이 이제 미국차 대신 독일이나 일본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 단장=단기과제와 장기과제가 다르다. 노동시장은 현재 유연하지 않다. 10년 전 유례없는 성장을 보이면서도 사실 임금은 많이 상승했고 노조도 급진적이었다. 정부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이런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페섹 칼럼니스트=한국의 장기적 도전과제를 역시 이야기할까 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고 여성 인력도 더 활용돼야 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시각은 ‘인식의 문제’ 부분이다. 투자자들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아직 신뢰하지 못한다. 최고경영자(CEO)처럼 국가를 운영하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운영해가는 게 중요하다. 이탈리아나 태국ㆍ미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한국이 흥미로운 부분은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사람과 빨리 투자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견해만 있을 뿐 중간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잘 인식해야 한다. 미디어 활용 문제도 있다. 한국이 선진국가로 성장하려면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할 것이다. ▦정 단장=이명박 정부도 오바마 당선인처럼 기대감이 굉장히 컸었다. 현재 이명박 팀을 보면 이제 본궤도에 올라온 것 같다. 정치인들도 당파적인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9년부터 많은 규제가 풀리게 될 것이고 새 법안들이 통과되면 문제는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페섹 칼럼니스트=이명박 정권은 초반이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 대한 인식 문제는 정부라기보다는 투자 측면에서의 문제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마치 아시아의 뉴욕 같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했고 고임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가 정신이 매우 높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한국이 개도국인지 선진국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 단장=기실 정부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글로벌 경제의 ‘빅보이’가 되기 위해서는 더 큰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 돈도 더 써야 하고 더 책임을 져야 한다. ▦페섹 칼럼니스트=골드만삭스가 브릭스에 이은 차기 ‘넥스트 11개국’에서 한국을 방글라데시ㆍ인도네시아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터키 등과 함께 엮은 바 있다. 어떻게 감히 이런 나라들을 한국과 견줄 수 있나. 한국은 더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한국의 긍정적인 요소들이 충분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이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비해 규제가 많아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정 단장=법인세는 20%로 줄이기로 했지만 아직도 홍콩ㆍ싱가포르보다 높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제조업이 강해 국내외 산업의 차이를 두지 않는 그들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제조업 투자는 보완성격이 돼야 하는 게 맞다. 국내에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많기에 정부는 부품업체들이 더 들어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문화 개방성 부분은 빨리 보완돼야 한다. ▦양 대표=외국자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 투자가들이 차별 당하고 피해나 손해를 보면 안 되지만 세금은 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거래다. ▦허 본부장=공공 부문도 앞으로 많이 줄여야 할 것이다. 현 정부도 공공기관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은행 등도 앞으로 민영화될 것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어려운 기관들을 도와주기 위해 손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정부가 은행을 컨트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주식시장도 침체돼 있어 공기업을 매각하는 적기는 아니라 보고 있다. 때문에 민영화 진행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는 기관도 생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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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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