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4ㆍ4분기보다 4,7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기대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LG전자의 약진과 함께 삼성전자가 한 분기 만에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한 것은 우리 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경기침체와 비수기로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기술(IT) 시장이 어려운데도 이처럼 삼성 및 LG전자가 선전한 것은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 및 시장개척과 비용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특히 휴대폰과 TV 등 디지털미디어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가능케 한 효자인데 2ㆍ4분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업종의 경영실적은 크게 나빠지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의 70.9% 영업이익 감소에 이어 기아차도 12.8%나 줄어들었다. 그래도 적자가 아닌 흑자라는 점에서 전자회사의 선전과 함께 큰 위안이 된다.
더구나 삼성 및 LG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등이 어려움 속에서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거나 돌아서는 선전으로 한국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5년 만에 3%대를 회복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된 증거다. 앞으로도 위기 속에서 선방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도록 정부나 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 기업의 이 같은 실적에 대해 환율 덕택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음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2ㆍ4분기에는 원화약세의 도움이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기업의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환율에 의존하는 수출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기술개발과 비용절감 및 노사화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전세계 반도체 및 자동차 업체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은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와 전기가 LED회사를 합작 설립하고 스피드 경영을 선언한 것은 좋은 본보기라 할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은 곧 우리 경제가 얼마나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지표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