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8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임금 안정과 고용안정 등을 골자로 한 사회적 협약을 체결한 것은 날로 심각해지는 실업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노동계가 앞으로 2년간이나 임금이 높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하고, 경영계가 하도급업체의 경영안정을 지원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문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작동되기까지에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합의문안이 구체성이 떨어져서 앞으로 노사정이 구체적인 추진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선뜻 고통분담을 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협약 체결 과정=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부터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기초위원회`를 구성, 수 차례 협의를 했다. 합의문안이 도출되기까지 노사정은 최종합의안이 나온 8일 새벽까지 문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노동계는 경영계의 임금 안정 요구에 대해 강하게 반발, 협상이 무산될 위기까지도 갔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이 심각한 실업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계속 같이 했기 때문에 극적 타결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주요 내용= 이날 발표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55개 항목의 폭 넓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임금안정과 고용안정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근로자의 임금을 안정시킨다`는 것에 대해 김원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은 “생산성의 향상 정도와 물가인상의 범위 내에서 임금 인상률을 정하고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근로자에 대해서 임금을 안정되도록 협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가 노동계에 약속한 `고용안정`과 관련된 협약 내용은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그 인원을 최소화하고 추후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재 고용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더욱이 감원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임금ㆍ근로시간의 먼저 조정, 배치전환의 원활화 등 기업 내부 노동시장의 기능적 유연성을 높여서 감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키로 했다.
또 경영계가 하도급 경영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하도급 단가 현실화와 자금의 적기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노총은 이로 인해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 개선되어서 대기업과 임금격차가 축소,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후 일정=오는 10일 열리는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이 방안이 확정된다. 여기에는 8일 발표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지켜볼 내용은 정부가 이달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범정부 종합대책`이다. 세제 및 금융지원 등 정부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해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정부의 대책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지켜 볼일이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