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초혼'이 있다면 스웨덴에는 '되드보'라는 것이 있다. 부모님이나 나이든 가족이 죽으면 유가족과 친구들이 집 안의 모든 물건을 통째로 처분하는 자리를 말한다. 마치 먼지 가득한 다락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떠난 사람의 물건을 파는 것이다. 판매하는 사람도 전문 상인이 아니라 물건의 정확한 가치를 알고 판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운이 좋다면 귀한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넘겨받을 수가 있다. 이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다면 죽은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앤티크(antique)나 빈티지(vintage) 가구, 소품 등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 같은 오래된 물건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산(産)이 선호된다. 스칸디아비안 가구나 소품이 재료인 나무의 질이나 감성의 표현, 디자이너의 감각 등에서 탁월한 면이 있기 때문이지만 이 같은 오랜 전통의 영향도 없지 않다.
브랜드 마케터인 저자는 북유럽 디자인에 이끌려 핀란드로 떠나 헬싱키 경제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스웨덴 예테보리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그런 저자가 북유럽에서 가져온 학위보다 더 귀한 것은 바로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는 '빈티지 정신'이었다.
저자는 "빈티지 구매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낡은 물건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속에 녹아있는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책은 저자가 10여년간 수집한 수백점들 중 특별히 엄선한 40점의 소장품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조명 스튜디오 루이스 포울센의 에밀리에 램프, 덴마크 도자기의 자존심인 로열 코펜하겐의 티 캐디, 조선 후기의 ㄷ자 자물쇠, 에르메스 브랜드의 상징인 셴 당크르 팔찌를 비롯해 스웨덴 현지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뢰르스트란드의 블로 코카 디너 세트까지 보여준다.
빈티지 전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열광할 '명작' 들이지만, 이 이름조차 발음하기 낯선빈티지 초보더라도 '이런 것이 명품'임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고마운 책이다.
"이야기가 없는 물건은 영혼이 없다"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제품을 구입하게 된 사연과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들려줘 빈티지 수집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요즘은 희소성과 수요 증가로 빈티지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지지만 그에 앞서 빈티지 물건에 대한 안목과 건전하고 의미있는 소비활동으로서 빈티지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