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월스리트저널(WSJ)은 이번주부터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장기 루블화 표시 환매조건부채권(RPㆍ레포)이나 증권 등 금융자산을 현금으로 교환해달라는 기관투자가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블화 가치가 대폭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지자 자신들의 잠재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온라인 외환중개사인 FXCM도 이날 "대부분의 서구 은행들이 달러·루블 환율 고시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루블화를 달러화로 바꿔주는 환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런던 소재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도 WSJ에 "러시아 국채를 거래하려는 은행들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가들이 루블화 거래를 중단하고 루블화의 시중 유동성이 증발하면서 러시아 금융위기를 더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대다수 글로벌 은행들은 거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 레포 거래는 계속하고 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기존의 모든 루블화 관련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어 러시아 금융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루블화 폭락에 환차손 위험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도 러시아 현지 판매를 당분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애플은 이날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아이팟 등의 현지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 채권·주식 등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러시아 펀드 수익률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 가운데 러시아 투자비중(76.7%)이 가장 큰 '보야러시아펀드'는 올 들어 43.4%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러시아 비중이 51%인 '티로프라이스이머징유럽펀드'도 33%나 자산가치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