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2월 말 한 건설사가 종로2가에서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있었다. 낡은 기존 건물을 철거해야 했는데 터파기를 할 때 아주 오래된 장대석(長臺石·섬돌 층계나 축대를 쌓는 데 쓰는 길게 다듬은 돌)이 발견됐다. 문화재 당국에서 즉각 조사에 나섰다. 발굴 결과는 놀라웠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쌓였던 조선시대의 역사가 실제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종로의 시전(市廛·정부의 특허권을 가졌던 전문가게) 지역 중심인 육의전(六矣廛·6개 주요 품목을 다뤘던 시전)의 유적이었다. 역시 개발이냐 보존이냐, 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결론은 국내 최초로 유적 보존과 개발이 공존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건설사의 당초 계획대로 8층 건물을 짓되 지하에는 박물관을 조성해 유적을 보존키로 한 것이다. 지금의 '육의전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012년 8월에 완공됐다. 유적은 아래위로 6개층에 조선 전 시기가 걸쳐 있는데 현재 전시된 것은 15~16세기 것이다. 과거라는 것이 상상 속의 먼 나라가 아니라 실생활에 엮인 우리 자체라는 당위성을 뒷받침해주는 곳이다. 사진에서 기둥 위는 유리판으로 위쪽에서 아래를 살펴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