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삼성자동차 처리가 예금보험공사에 난데없는 불똥을 튀겼다. 예금공사는 삼성자동차의 대표 채권기관인 한빛은행과 최대 채권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상업·한일은행이 한빛은행으로 합쳐질 당시 3조2,642억원을 투입, 한빛은행 지분의 94.75%를 갖고 있으며 경영난을 겪던 서울보증보험에는 1조2,500억원을 쏟아부어 지분율 93.85%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차 부채처리를 둘러싸고 양 기관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채권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예금공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채권회수 과정에서 한빛은행이나 서울보증 가운데 한쪽만 손해를 봐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
특히 삼성이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사재출연한 삼성생명 주식처리 방법 및 부족분 발생시 보전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어 부채처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차에 2조원 이상의 지급보증을 선 서울보증보험이 앞으로 매달 돌아오는 원리금 상환요구에 시달리다 보면 극심한 경영난에 다시 직면, 애써 투입한 공적자금을 소진할 우려가 크다.
서울보증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무담보 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나눠야 하며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를 발행하겠다는 입장을 정리, 채권단회의에서 제기할 예정이다. 반면 한빛은행은 『특정 기관의 경영난이 우려된다고 우선권을 줄 수는 없으며 채권금액에 따라 고르게 배분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의 급박한 처지를 감안하면 양 기관의 대주주인 공사가 중재에 나서 어떻게든 해결해야겠지만 뾰족한 방안이 서질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쪽 편을 들자니 다른 쪽의 손해가 불가피해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양 기관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