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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에 휩싸인 한국IT 새로운 미래를 찾는다] <2> 글로벌 IT 패러다임 시프트

"무한 변신만이 살길"… HP의 결단은 SW로 IT파워 이동 상징<br>박리다매 PC사업 한계… 모바일도 경쟁사에 밀려… 고부가 SW에 집중나서<br>삼성·LG등 국내업체도 SW기업 M&A 모색을


[격랑에 휩싸인 한국IT 새로운 미래를 찾는다] 글로벌 IT 패러다임 시프트 "무한 변신만이 살길"… HP의 결단은 SW로 IT파워 이동 상징박리다매 PC사업 한계… 모바일도 경쟁사에 밀려… 고부가 SW에 집중나서삼성·LG등 국내업체도 SW기업 M&A 모색을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휴렛팩커드(HP)가 주력사업인 개인용컴퓨터(PC) 부문을 떼어내고 대신 소프트웨어(SW) 회사를 인수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PC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사업을 강화해 IT업계의 변화에 대응키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HP의 행보는 지난 2005년 PC 사업부문을 레노보에 매각하고 대신 기업 컨설팅 및 시스템통합(SI) 같은 소프트웨어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IBM과 비슷해 눈길을 끌고 있다. IT전문가인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HP의 이번 발표는 전통 IT기업들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고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이어 글로벌 IT시장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라고 말했다. ◇HP,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의미는=하드웨어업계에서는 HP가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수합병(M&)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이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IT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 인수발표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드웨어업계에서는 HP가 결국 PC 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분사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HP의 PC 사업부문 분리는 과거 PC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IBM과 비슷한 행보다. IBM은 2005년 PC 사업부문을 통째로 중국 레노보에 매각한 후 하드웨어업체에서 소프트웨어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확보하며 지식 기반형 조직으로 거듭난 것은 물론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비즈니스 컨설팅사업에도 새로 진출했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HP가 수익이 남는 프린터 등 핵심사업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PC는 낮은 원가를 토대로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는 하드웨어사업의 표본으로 이제 (IT산업의)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네트워크 및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구글 등에 밀려 주력부문까지 매각=HP는 현재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다. 1939년 창업해 초기에는 전자계산기∙반도체장비 등을 생산했지만 1966년 컴퓨터사업에 뛰어든 후 PC는 물론 프린터∙스캐너 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생산해왔다. PC업체로 본격 성장한 것은 2002년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칼리 피오나가 최대 PC 제조업체 중 하나인 컴팩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닷컴 버블의 붕괴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등 부침 속에 2009년 델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의 자리에 올랐다. HP는 지난해 4월 개인용 휴대단말기 제조업체인 팜(Palm)을 인수했다. 같은 PC 제조업체로 출발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IT생태계를 창조한 애플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HP는 세계1위 PC 제조업체의 노하우에 모바일 운영체제를 더해 애플의 성공신화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다. PC분야의 경쟁자인 델∙에이서∙레노보 등이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선언한 상황에서 팜 인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HP는 팜 인수 후 이렇다 할 주력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구글과 애플의 공세에 밀리며 스마트폰시장에서는 제대로 조명도 못 받는 신세가 됐다. ◇국내 업체들, M&A시장에 뛰어드나=전문가들은 HP의 이번 결정이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 인수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IT업계의 주도권이 애플과 구글처럼 소프트웨어 파워를 앞세운 업체들로 넘어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M&A시장에 속속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 등 하드웨어 제조에 치중해온 국내 대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쇼크의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HP의 전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계획은 지금 글로벌 IT업계가 대격변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HP의 결단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IT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IBM이 PC사업을 접고 SW∙컨설팅∙토털솔루션에 집중한 것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앞으로 IT기업들의 대부분이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격랑에 휩싸인 한국IT의 미래는?] 기획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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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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