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증시 부실회계 홍역 심화

불신 확대로 소비·주택등 경제회복조짐에 찬물엔론 파산 이후 뉴욕 월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확산으로 현재 기업 수익통계에 대해 오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의 동요가 심화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분식 회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줄고, 기업 수익이 하향조정돼 전반적인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6.2% 급증하고, 미국 최대소매업체인 월마트의 분기 수익이 9.2% 증가하는등 거시 통계들이 일제히 경기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엔론 후유증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상당기간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테러 공격으로 잿더미가 됐을 때 애국심으로 무장한 투자자들의 신뢰감에 힘입어 재기한 뉴욕 월가가 이제 회계 조작과 주가 부풀리기에 대한 내적 불신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다. 19일 에너지그룹 엔론 파산으로 촉발된 '신용의 위기(confidence crisis)'가 확산되면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6%, 나스닥 지수는 3.0% 각각 폭락했다. 뉴욕증시에서 가장 신뢰감있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마저 회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반도체 종목인 엔비디아도 미 증권거래위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 위축을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회계 조작 의혹을 받은 상장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GE), 타이코, 캘파인, 미란트, AES, 윌리엄스, 릴라이언트, 퀘스트, 시스코 시스템스, 노텔 네트웍스등 수십개에 이르고 있다. 분식 회계으로 인한 신용 위기(Confidence Crisis)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평가돼 있는 뉴욕 증시의 거품을 꺼지게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블루칩 500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은 2000년 3월을 정점으로 다소 가라앉았지만, 현재의 수익률은 21~23으로 10년전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과거 평균치 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회니히 컴퍼니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바러라는 "S&P 500 기업이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26%의 수익 증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며 현재의 주가를 받치고 있는 수익 통계가 회계 오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회계 불신이 오는 3월말까지 뉴욕 증시를 불안하게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EC는 엔론 파산을 계기로 상장회사의 회계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12월말 기준의 회계연도를 책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상장회사들이 3월말까지 결산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미 발표한 경영실적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은행인 시티그룹과 체이스맨해튼,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등도 회계가 불투명한 기업에 대출해주었다는 이유로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고,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뉴욕 월가의 축인 자본시장과 뱅킹 시스템, 감사 및 평가 체계 모두가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면서 미국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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