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개혁 쏙 빼고선 국가경쟁력 강화라니…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곤두박질쳤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6단계 추락하면서 싱가포르(2위)와 홍콩(7위), 대만(12위) 같은 주변 경쟁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급락에 대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싶은 모양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4~5월에 평가가 이뤄진 점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일시적인 악재라는 얘기다. 조사의 신뢰성마저 미심쩍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가경쟁력 순위 등락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제대로 짚어야 한다. WEF가 평가하는 12개 세부항목 가운데 오랫동안 유독 취약한 분야가 있다. 다름아닌 정부와 노동ㆍ금융 분야다. 익히 알고 있음에도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으니 가히 고질병 수준이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병폐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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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의 투명성은 137위로 최하위권이다. 정부지출 합리성과 규제부담은 각각 80위와 95위로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의 발표자료에는 정부 경쟁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따지고 보면 금융 분야의 성숙도가 81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관치금융의 적폐에서 연유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직된 노동시장 역시 국가경쟁력 제고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사협력 수준 132위, 해고비용 120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 108위라는 사실은 우리 기업에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정부가 이날 관련부처 합동으로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노동과 금융시장, 무역ㆍ투자, 사회자본, 기업경영활동 등 5대 분야를 개선하기로 했으나 정작 중요한 정부개혁 방안은 쏙 빠졌다. 공공 부문부터 달라지지 않는데 국가경쟁력 강화를 외쳐본들 모래성 쌓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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