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잦아들던 우산혁명 방아쇠 당기나

홍콩 입법회, 中 제안 '행정장관 직선제' 부결

"민주화 요구 전혀 반영 안돼"… 反中 세력 움직임 한층 거세질 듯

일국양제 체제 확립 부담 시진핑… 새 선거안 등 유화책 제시 가능성


'노란 우산'으로 상징되며 시진핑 정부를 긴장시켰던 홍콩 민주화가 새 갈림길에 섰다. 중국 중앙정부가 제시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을 홍콩 입법회(국회)가 부결시키면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민주화시위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입법회는 18일 참석의원 37명을 대상으로 행정장관 선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표, 반대 28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 선거 과정에서 33여명의 의원들이 투표 직전 퇴장해 70명의 입법의원 중 절반 정도만 투표에 참여했다.

부결된 선거안은 지난 4월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에서 승인됐으며 2017년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선제를 직선제로 변경하되 후보추천위원의 과반인 600명 이상의 지지를 얻는 예비후보 2∼3명에게만 최종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후보추천위원회 자체가 친중국 성향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선거 개정안은 허울만 좋은 직선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지난해부터 이번 선거안에 반대하며 대규모 도심 시위를 벌였다. '오큐파이센트럴(센트럴을 점령하라)'는 명칭이 붙은 시위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79일 동안 홍콩 시내 곳곳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입법원 투표를 앞두고도 시위대는 친중국 성향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반(反)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하려는 방안이라며 부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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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거안 부결로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는 현행대로 1,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선제가 유지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앞서 논평에서 "선거안이 통과되거나 부결되거나 상관없이 홍콩의 정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안이 부결되며 홍콩 내 민주화 요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대규모 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홍콩 내 민주화세력의 반중국 움직임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위를 주도했던 진보적 변호사모임의 한 관계자는 "선거안이 부결된 것은 환영하지만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에게는 여전히 직접선거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안 부결은 직선제라는 당근을 주고 일국양제 체제를 공고히 하려던 시진핑 정부에도 부담이다. 이미 약속한 직선제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답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시진핑 정부 입장에서 홍콩의 민주화는 대만은 물론 중국 본토 내 분리독립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인이다.

이미 우산혁명으로 불렸던 홍콩 민주화시위의 영향으로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참패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시진핑 정부에 적잖은 교훈을 줬다. 홍콩 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완전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다른 유화책으로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선거안이 부결된 만큼 간선제 내에서 민주화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방안을 찾거나 새로운 선거안을 다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목표했던 대로 선거안이 부결됐지만 홍콩 민주화세력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에서 친중과 반중세력이 갈렸듯이 홍콩 내부에서 정치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대가 실시한 이번 선거안에 대한 시민들의 설문조사 결과 반대는 37%이고 오히려 찬성이 51%로 높았다. 홍콩 내부 갈등이 청년층과 장년층 간 세대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화세력에는 부담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홍콩의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마구잡이 투자로 최근 4년 사이 집값은 120% 가까이 올랐고 본토에서 홍콩으로 유학 온 중국 학생이 10년 새 10배나 급증한데다 이들 중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홍콩에서 취업한 중국 학생도 3년 동안 2배나 증가하며 일자리를 뺏고 있다. 반면 40~50대 이상 경제적 기반이 있는 홍콩 기성세대는 반중국 시위 등 정치적 불안이 경제혼란을 초래한다며 젊은 층을 비난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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