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무너지는 경제 3軸

대한민국이 비어가고 있다. 사람과 자본ㆍ공장이 모두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공동화(空洞化)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해 내ㆍ외국인을 합해 국내로 들어와 90일 이상 머문 사람은 56만여명이었다. 한국을 떠난 사람은 64만여명이었다. 들어온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8만명 더 많다. 이는 지난해의 통계다. 원화값이 크게 뛰어 해외에서의 생활이 나아진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게 틀림없다. 사람·돈·공장 脫한국 러시 공장도 떠나고 있다.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액은 71억달러인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49억달러에 그쳤다. 국내에 공장을 짓겠다고 들어온 돈보다 해외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간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자본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증권투자수지는 164억달러의 유출초과를 기록했다. 국내증권을 사기 위해 해외에서 들어온 돈보다 해외증권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 국내자본이 더 많았다. 재작년의 74억달러에 비해 2.2배, 지난해의 100억달러에 비해서는 64%나 늘어난 액수다. 사람과 돈ㆍ공장이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존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사람ㆍ돈ㆍ공장 어느 것 할 것 없이 대한민국에서는 살기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먹잇감이 줄면 동물은 안타깝지만 보금자리를 떠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생존위협을 느끼면 새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동물과 다르기는 하다. 현재는 고통스럽더라도 희망만 있으면 참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 차이다.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동물적 충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람과 돈ㆍ공장의 탈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더 이상 꿈도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돈과 사람, 산업시설(또는 기술)은 경제를 지탱하는 3대 축이다. 축이 무너진 경제는 버티기 힘들다. 경제가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궤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축을 다시 세워야 한다. 답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면 나온다. 인력유출의 주원인은 교육이다.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학원 등 사교육에 제자리를 잃은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교육시스템도 시장수요에 맞게 고쳐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결정권도 학교와 학생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의 역할은 지시보다는 지원에 맞춰져야 한다. 국제화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의료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이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정책과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틀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과감한 개방을 통한 치열한 생존게임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수요자 위주로 정책의 틀만 바꿔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의 절반은 국내에 묶어둘 수 있을 것이다. 떠나가는 공장을 붙들려면 정부의 규제완화만큼 효과적인 처방도 없다. 세금을 깎아주고 투자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규제의 틀을 과감히 바꾸는 것만큼 기업을 유인하는 당근은 없다. 정부는 오늘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발표한다. 14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대책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온 수도권 공장 증설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같은 덩어리 규제완화는 없다. 시장친화 정책으로 탈출 막아야 어차피 기업을 도와주겠다고 한다면 과감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장을 담근 뒤 구더기를 제거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기업투자를 살리지 않고서는 사람도 공장도 돈도 끌어들일 수 없다. 기업과 기업가들이 뛰지 않고서는 경제의 활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면 자본과 사람ㆍ산업시설의 해외탈출은 계속될 것이다. 경제 3축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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