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집 살까, 말까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며 느끼는 서민들의 심정은 불안 그 자체다. 전문가들마다 ‘지금이라도 사라’ 또는 ‘꼭지를 잡을 수 있으니 기다려라’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누구 말도 믿을 수 없는 극도의 혼돈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의 숱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자 역시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다. 여러 변수들을 꼼꼼히 따져봐도 도무지 답을 알 길이 없다. 금융사 '사상 최대실적의 진실' 기자 개인의 결심부터 말하자면 ‘2가지 변수를 지켜보자’는 쪽이다. 하나는 ‘정부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권 체질 변화’다. 정부 의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은 익히 알다시피 부동산시장 자체수급구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굳건하냐, 또 이를 위해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소를 얼마나 열심히 제거하느냐의 실천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체질 변화는 금융기관들이 최근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부동산담보대출에 앞으로 얼마나 더 의존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해보자는 의미다. 20년 가까이 경제 분야를 쫓아다녔던 기자로서는 최근 상황을 부동산 자체의 측면보다 금융이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넘치는 자금을 대출해줄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기관이 0순위로 꼽는 대출처인 우량기업들은 스스로 벌어들이는 자금만으로 현금이 넘쳐나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신규 투자 환경도 만만치 않아 돈을 쓸 곳을 찾기도 어렵다. 쉽게 말해서 기업이라는 거대 자금수요처가 최근 3~4년 사이 전혀 자금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으로서는 넘치는 자금을 활용할 대상이 사라진 셈이다. 이때 새롭게 등장한 거대 자금수요처가 ‘집을 사려는 개인’들이다. 이쯤에서 새로운 항목을 점검해보자. 최근 모든 금융권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상 최대의 수익은 금융권이 기존의 영업 기반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인가. 아쉽게도 금융권이 새로운 상품이나 새로운 시장을 통해 확보한 수익 규모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답은 뻔하다. 과거와 똑같은 영업 기반 속에서 금융권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비호(비호가 아니라면 적어도 묵인) 아래 예대마진 폭을 늘렸기 때문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예대마진은 금융권이 기업이라는 거대 자금수요처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 최소한 이정도의 마진은 보장해줘야 금융기관의 생존이 보장될 것이라는 계산을 전제로 결정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금융기관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유지해야 하는 ‘리스크’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이 개인들의 부동산담보대출에 따른 ‘집값 버블 붕괴 우려감’에 대한 보험의 성격이라면 보험을 들어야 할 위급한 상황(리스크 발생 요소)을 금융권 스스로 만들어놓고 이를 빌미로 보험료를 올리는 꼴은 아닌가. 증세악화 정부가 비호했다 개인을 자금의 주요수요처로 발굴하고 여기에 과도한 예대마진을 부과하는 두개의 상황을 결합시켜보면 최근의 ‘집값 상승’에는 금융권이 엄청나게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점에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열기’와 ‘예ㆍ대마진 폭 조정’은 서민들이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또 다른 검토 사항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침 오는 15일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 사이드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부분을 억제하겠다고 뚱기고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어느 정도 확실한지, 또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 상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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