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A도서관. 토요일이면 다른 열람실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나 삼삼오오 모여 공부할 거리를 가져온 청소년들로 붐비지만 다문화 자료실은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어 썰렁한 기운만 감돈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이 도서관의 다문화 자료실은 텅 비어 있었다. 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깜깜한 다문화 자료실의 불을 켜 주며 "방문자가 거의 없어 불을 꺼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동화를 읽는 '통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 신청자는 지난달 한 가정도 없었다.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 자료실'의 이용률이 저조한 가운데 매해 10여 곳의 새로운 도서관이 지정되고 있어 다문화 자료실의 필요성과 다문화 가정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 자료실은 문광부가 2009년부터 추진중인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으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해 중국, 일본, 베트남 등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된 서적을 모아 놓은 열람실이다. 15일 문광부에 따르면 다문화 자료실 사업비는 정부가 70%까지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지방자치단체나 도서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하며 매해 10여 곳을 추가로 지정해 오고 있다. 다문화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책 읽기나 독서 교육 관련 프로그램도 지원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문화 자료실이 학생들이 혼자 찾아오기가 힘든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부모는 낮 시간에 대부분 직장에 나가있어 도서관에 학생을 데려다 줄 보호자도 없다는 것이다. A도서관 관계자는 "홍보를 많이 했지만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려면 몇 번이나 버스를 바꿔 타야 하는데 부모님들은 일 하느라 바빠서 아이를 도서관에 데려올 형편이 안된다"며 "아이들이 올 수 있게 셔틀 버스라도 운영하고 싶어도 예산이 여의치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개관을 목표로 다문화 자료실 공사에 한창인 서울시 관악구의 B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서관 관계자는 "우리 구의 다문화 가정 비율을 따져서 지정한 것이라고 안다"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도서관에 다문화 가정 이용자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2011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전국 8곳의 다문화 도서관 및 다문화 자료실의 월 평균 이용자수를 조사한 바 있다. 김해다문화 도서관 407명, 부산시민도서관 592명, 인천중앙도서관 1,298명, 익산시립도서관 465명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 3,387명 등 이용자 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다문화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를 구분해 놓지 않아 다문화 자료실의 자료를 활용하는 이용자는 통계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