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3부> 1.중국 추격 턱밑까지

고부가 선박도 두각 "3년후엔 정면대결"<br>LNG선·초대형 유조선·컨선등 시장 급속 잠식<br>기본설계 분야등 기술력도 4~5년내 따라올듯<br>"2015년 세계1위 달성" 정부차원 대대적 지원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1.중국 추격 턱밑까지 고부가 선박도 두각 "3년후엔 정면대결"LNG선·초대형 유조선·컨선등 시장 급속 잠식기본설계 분야등 기술력도 4~5년내 따라올듯"2015년 세계1위 달성" 정부차원 대대적 지원 중국에서 수년간 근무해온 대우조선해양의 조언래 부장은 지난 22일 TV뉴스에 시선을 빼앗긴 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고 되뇌었다. 현지 방송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 산하 후동중화조선이 액화천연가스(LNG)선 한 척을 성공리에 진수했다는 소식을 다소 들뜬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지난 2001년) 한국에 LNG선 기술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은 10년 뒤에나 LNG선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따라올 줄 몰랐습니다.” 그는 중국이 프랑스 등으로부터 LNG선 기술을 도입, LNG선 건조를 선언한 게 불과 3년 전인 2004년으로 기억했다. 후동중화는 오는 10월께 14만7,000㎥급 LNG선 2척의 건조를 잇달아 완료하고 한국이 주도해온 LNG선 시장에 정식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LNG선은 크루즈선과 함께 중국이 ‘조선산업 왕관의 명주(皇冠上的明珠)’로 꼽을 만큼 야심차게 추진해온 첨단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한 척에 2억달러를 웃돈다. 이 조선소는 8,530TEU(20피트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올 10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중국은 한국ㆍ일본ㆍ덴마크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LNG선과 8,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제작하는 국가로 자리 잡는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도 두각=중국은 척당 1억3,000만달러짜리 초대형유조선(VLCC) 시장에서는 벌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수주량은 1,116만DWT(재화중량톤수). 세계 시장점유율은 36.2%를 기록하며 한국(39,.9%)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 2위를 차지했다. 불과 2년 전인 2004년에는 수주 규모 243만DWT로 점유율 19%에 그쳤었다. 중국은 벌크선ㆍ탱커 등 범용선박 시장에서 벗어나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1위 자리를 무서운 속도로 위협하고 있다. 조선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중ㆍ대형선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초대형선이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중ㆍ대형선 비중(수주잔량 기준)은 2001년 42.5%에서 지난해 74.5%로 높아졌다. ◇3년 지나면 경합한다=최근 중국선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이후 대형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수가 최소 23개 이상에 달해 15개 도크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건조량에서 여유 있게 앞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월드야드(World Yard)는 중국 81개 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이 현재 1,238만DWT 수준이지만 2011년에는 3,500만DWT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인 기술 수준도 급속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기본설계 분야 등의 기술력은 앞으로 4~5년 안에 현재 한국의 95% 수준까지 따라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의 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중국의 이 같은 성장세를 분석해보면 2010년이면 주요 고부가가치선 수주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중국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기계산업연합회는 “중국이 2010년께 세계 최고의 조선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2010년 이후 중국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건조 선종이 VLCC나 LNG선으로 확대된 상황이어서 2010년 이후에는 한국과 경쟁하는 선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이 급성장 밑거름=중국의 이 같은 성장세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중국은 90년대 말부터 중앙정부 주도 아래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는 동시에 엄청난 설비투자에 나섰다. 조선산업의 경쟁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98년 국영기업인 중국선박공업총공사를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와 CSSC로 나눠 각각 양쯔강 북부와 남부의 조선소를 관할하도록 한 뒤 연합ㆍ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의 낙후된 생산시설을 퇴출시키는 등 규모의 경제를 꾀한 것이다. 동시에 ‘2015년 건조량 35%를 달성해 세계 1위 조선국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공격적인 대규모 설비투자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선박 생산 조건에 관한 기본요구’라는 선박건조기업의 통일규범을 마련하는 등 업계 표준을 제시해 선박 건조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강력한 정책을 밑거름으로 일본을 추월하고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위험과 함께 존재하는 법.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위안화 환율 변동, 조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숙련된 선박설계 기술자 부족 등은 중국 조선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한국 조선 업계는 위기의식을 갖고 중국이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1위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98년 8월 국내 조선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이란 국영석유공사가 발주한 30만톤급 VLCC 5척을 수주한 것이다. 중소형 선박에 치중하던 중국이 출사표를 던진 사건이었지만 당시 국내 조선사들은 잠시 놀랐을 뿐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9년 만에 세계 조선 업계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다. 이제 국내 조선 업계는 긴장하지 않으면 수년 안에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잇는 상황에 처했다. 中생산기지, 넓은 부지·싼 임금은 좋은데… "고급인력·기술 유출 우려" 국내인건비가 3배나 웃돌아 잇단 진출속 업계 "출자방식으론 유출 우려없다" 해명 '소탐대실(小貪大失)인가 심모원려(深謀遠廬)인가.' 국내 조선업체가 잇달아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넓은 부지와 값싼 노동력, 각종 인센티브 등이 중국행을 택한 이유다. 선박 브로커이자 컨설턴트사인 로렌젠앤스테모코(Lorenzen&Stemoco)사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의 연간 인건비는 4만4,000~5만4,000달러 수준으로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직도 3만달러에 달해 중국 인건비의 최대 8~9배 수준이었다. 지난 98년 이전 한국 조선소의 시간당 인건비는 일본의 43%, 독일의 32%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반면 용접공 등 숙련공의 부족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시간당 인건비가 1만8,000원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6만2,000~6만5,000원으로 3배를 웃돌고 있다"며 "이에 따라 10년 전 척당 25%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던 선박이 이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가공비(재료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차원에서 중국생산이 이익이라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중국에서 블록을 생산해 거제 조선소로 들여올 때 지불하는 추가 물류비를 따지더라도 국내 블록 조달보다 최소 40% 이상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조선소 증설을 위한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부지가 좁은데다 각종 규제에다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는 경쟁국에 기술을 유출하고 고급 기술인력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해 중국에 둥지를 틀었다가 낭패를 당하거나 상대방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이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는 합작투자가 아닌 100% 출자방식으로 진출하는 만큼 기술유출 우려는 없다고 해명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아니므로 고급 기술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최근 한국의 선박설계업체가 중국과 손잡고 신조 조선소를 세워 국내 기술인력을 빼가는 등의 사례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대대적인 설비 확장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조선소가 누리는 메리트를 공유해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3/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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