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시민 연대기

■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

베네딕트 마니에 지음, 책세상 옮김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un million de revolutions tranquilles)'이라는 제목부터가 이상하다. 사전적으로 '혁명'은 국가의 기초나 사회제도, 경제제도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을 말한다. 물론 변화의 기간은 짧고 급격해야 한다. 당연히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조용한 혁명'이라니… 더군다나 혁명이 100만개씩이나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니… 과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저자인 베네딕트 마니에는 AFP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기자로, 프랑스 국내와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아일랜드, 스페인, 브라질,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수백 건의 현장르포 취재를 해왔다. 특히 오래 전부터 개발도상국과 신흥국가에서의 아동노동과 여성인권, 인구문제, 가난과 발전, 소비, 연대경제, 미소금융, 공정무역, 시민운동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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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여기서 말하는 '조용한 혁명'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작은 움직임을 말한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공익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중단된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름 없는 시민들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인 그들이 '나'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움직임들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조용하지만 위력적인 혁명들로 진화해 왔다. 여기에는 협동조합, 주거·의료 환경개선 사업, 미니 금융사업, 공동체 활성화 등 '99%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안'이 모두 포함돼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말하자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유명한 말이자 신자유주의의 단호한 명제인 "대안은 없다"의 답변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지역에 뿌리내린 채 연대하는 시민자치 공동체의 이름으로 자본주의의 폭압적 그늘을 벗어나려 한다. 그간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던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유럽과 남북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철옹성 같기만 하던 기존 체제는 전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으키는 변화에 의해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고 강조한다.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몰랐던 다른 세계가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1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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