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흑에게 3으로 두는 수가 있다는 사실. 그는 흑3을 보자 신음소리를 내며 한참 머리를 쥐어뜯었다. 원래 그가 상상했던 그림은 참고도의 흑1 이하 7이었다. 백2를 두어 선수로 백 4점을 살리고 백6으로 끊어 흑7까지 굴복시킨다는 구상. 그러나 참고도의 흑1이 아니라 실전보의 흑3으로 두고 나니 그의 수읽기는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흑가면 이곳에서 한 집이 생기므로 흑의 우상귀 대마는 더 손질할 필요도 없이 완생의 형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수읽기 차질은 너무도 결정적이었다. 흑15가 놓일 무렵에는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이 박영훈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대국장인 영남대학교 국제관에는 박영훈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청소년 기사들이 내려와 있었다. 송태곤, 조한승, 김주호, 안영길, 홍민표, 그리고 여류기사 박지은도 보였다. 공개해설장의 양재호9단은 전야제에서 조치훈이 했던 얘기를 소개했다. “우승 후보인 조훈현을 꺾고서 타이틀을 못 따면 정말 큰일 아니냐는 것이 조치훈의 임전 소감이었습니다.” 흑25는 멋진 감각. 이 수를 두면서 박영훈은 승리를 예감했다고 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