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몽구 부자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성공] 오버행 리스크 해소 글로비스 '껑충'… 지배구조 이슈 약화 모비스 '미끄럼'

보호예수기간 연장에 4주전과 정반대 양상

지배구조보다 실적이 양사 주가 좌우할 듯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현대모비스(012330)의 주가 방향이 다시 한 번 역전되는 데 걸린 기간은 24일에 불과했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에 성공하자 그동안 큰 폭으로 올랐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빠진 반면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모처럼 급등했다. 지난 1차 블록딜 실패를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현대모비스 매수' '현대글로비스 매도' 전략을 펴왔지만 이 시나리오가 당분간 현실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4주 전과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진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블록딜이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인식되면서 1차 블록딜 무산 후 형성돼왔던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누그러져 양 사의 주가가 다시 한 번 크게 엇갈렸다"면서 "주가 향배는 지배구조 이슈보다는 양 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주식(13.39%) 블록딜이 성사된 6일 현대글로비스는 전날보다 5.91%(1만4,000원) 오른 2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모비스는 4.34%(1만1,000원) 내린 24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13일 첫 블록딜이 무산된 직후 보였던 흐름과 정반대다.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지만 현대모비스는 11.55% 치솟았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하루 동안 10% 이상 급등한 것은 2009년 1월2일(10.94%)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이후에도 꾸준히 25만원선을 유지하며 한 단계 레벨업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같은 기간 25% 이상 폭락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블록딜은 무산됐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이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여겼다"면서 "이후 모비스는 지배구조의 중심으로 떠오를 날이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한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이슈로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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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2차 블록이 성사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정 회장 부자가 블록딜 이후 잔여 지분(29.99%)에 대해 보호예수기간을 2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거나 양사의 주식을 스와프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최소한 1년 6개월 뒤로 미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블록딜 무산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팔고 현대모비스는 사는 전략이 당분간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 주가를 끌어올렸던 대주주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주가를 억누르던 오버행 이슈가 사라지는 효과를 봤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이후 대주주 지분은 오버행 부담으로 이어져 주가상승을 가로막았다"면서 "하지만 빠른 재매각 결정과 기존 대비 강화된 매각 조건 등으로 오버행 리스크는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블록 딜에 대해 시장이 지배구조 개편보다 일감 몰아주기 해소 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현대글로비스에 호재로 작용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3자 물류를 무리하게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동차운반 선업체인 유코카캐리어로부터 배선권(자동차운반선 계약) 확대 속도를 높이는 등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올려야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또는 주식 스와프가 유리하다는 점도 현대글로비스 주가상승 요인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간 만큼 두 회사의 주가는 결국 실적이나 사업 전망 등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연구원은 "지난해 부품주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아다스(운전보조장치) 등 마진이 높은 부품의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이며 펀더멘털 대비 현 주가 수준도 비싸지 않다"고 전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글로비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0.13% 늘어난 7,099억원, 현대모비스는 7.06% 증가한 3조2,8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에 관한 대주주의 행동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불확실한 지배구조 이슈보다는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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