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다문화 정착 기로 선 대한민국


지난 2011년 2월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다문화주의가 극단주의 세력의 과격화와 테러를 초래하고 있다며 영국에서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앞서 2010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960년대 초부터 우리는 외국인근로자를 불러들였지만…다문화사회를 구축해 공존하는 접근법을 찾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2차대전 이후 경제활황에 힘입어 실행된 유럽의 이민자 수용정책과 다문화주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활이 팍팍해진 순간 그렇게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 선고는 단순히 현상을 규정하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의 극단적 발언으로부터 정확히 3년 반이 지난 지금, 영국은 300년간 한 국가를 이루고 살아온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에 직면해 있다. 18일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결정될 경우 당장 영국과 스코틀랜드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상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 카탈루냐와 바스크,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이탈리아 베네토 등 유럽 각지는 물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일본 오키나와현 등 각지의 분리 움직임이 가시화돼 전세계가 일대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유럽 극우세력의 반이민 정서와 폭력,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슬람 극단주의-서방 간 대립 등 이미 세계 각지에 만연하는 인종과 종교, 문화적 배척과 갈등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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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인종이 모여 사는 성공적 다문화사회로 꼽히는 캐나다도 이방인에 대한 차별과 반목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캐나다는 피에르 트뤼도 당시 총리가 1971년 "캐나다는 다문화주의 국가"라고 공식 선언한 이래 '모자이크 국가'를 표방해왔지만 인종 문제와 퀘벡주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다문화정무장관인 인도계 팀 우팔이 그를 못 알아본 한 시민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성공적인 다문화사회에 내재된 인종주의가 부각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은 어떤가. 단일민족국가 특유의 배타성, 특히 외국인근로자를 비롯해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태도는 이미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과 정치적 제스처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배타성과 갈등에 대처하고 국민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큰 틀에서의 노력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한데 섞이기보다는 끼리끼리 어울리며 '부득이' 공존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우리 사회가 도달할 곳은 대립과 반목이 난무하는 유럽 각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국경을 넘어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쏟아져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수십년 뒤 한국이 서로에 대한 배척과 갈등, 분열로 얼룩진 사회가 될지 다양성을 수용하며 성장의 발판을 넓힐 수 있는 사회가 될지,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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