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절벽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밀려나는 등 최근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급 면에서도 외국인들의 매물을 받아줄 만한 매수 세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증시가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증시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줄 수 재료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다. 전문가들은 연말을 맞아 미국의 소비가 살아난다면 국내 증시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토이저러스와 타깃ㆍ월마트ㆍ올드네이비 등 주요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 당일인 이달 22일(현지시간)부터 크리스마스 세일에 돌입한다.
보통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 시작되지만 최대 쇼핑 대목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아닌 '블랙 서스데이(Black Thursday)'를 맞게 된 것이다.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이 하루 앞당겨진 것이다.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날 경우 증시 분위기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월 미국 전국소매협회(NRF)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말 쇼핑시즌 중에서도 11월에 쇼핑을 하겠다는 비율이 39%로 2004년 이후 평균(38%)을 넘어섰다. 올해 쇼핑시즌 소비지출 전망도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 11~12월 쇼핑시즌에는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5,861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별 미국 소매판매 증가 확률은 11월이 80%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감소한 경우도 9ㆍ11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불과했다"며 "11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84.9)가 2006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상당수 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쇼핑시즌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쇼핑시즌의 파급효과는 고용증가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쇼핑을 도와주고 선물을 포장하는 인력들이 추가로 고용되면서 약 58만~62만여명의 고용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11~12월 고용지표와 소비심리지표가 호전된다면 국내 증시 상승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절벽과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블랙 프라이데이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통적인 블랙프라이데이 수혜주 이외에도 영원무역ㆍ한세실업ㆍ휠라코리아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영원무역은 나이키ㆍ노스페이스 등 해외 대형 브랜드에서 기능성 의류를 수주 받아 중국ㆍ베트남 등 현지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한다. 또 GAPㆍZARAㆍH&M 등 글로벌 SPA브랜드(제조ㆍ유통 일괄브랜드)에 납품하는 한세실업, 타이틀리스트ㆍ풋조이 등 글로벌 골프용품 1위 브랜드를 보유한 휠라코리아 역시 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블랙프라이데이=미국에서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 유통업체들이 크리스마스 세일에 돌입하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쇼핑에 나서면서 유통업체들의 장부가 흑자로 기록된다는 의미에서 블랙프라이데이로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