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쟁력 충분 악재 돌파" 자신감

■ 대기업 환율·유가 耐性 강해졌다<br>IMF이후 금융통제시스템 구축 적극적 煥관리<br>수출품 품질우위에 해외거점 확보로 영향적어<br>유가급등에도 "예견했던 일"… 방심은 말아야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진 지난 2월23일 오후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임원회의실. 환율하락으로 수출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불 보듯 확연한 상황이어서 임원들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기호 사장은 임원들의 예상과 달리 경영목표를 수정하거나 중국지주회사 중심의 해외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원ㆍ달러 환율이 세자릿수 시대를 향해 가고 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층 강해져 지금과 같은 충격 정도로는 끄떡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ㆍ자동차ㆍ화학 등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좁게는 환율하락에 따른 금융시스템 가동을 통해, 넓게는 시장 다각화,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환율과 유가라는 양대 악재를 정면에서 헤쳐나가는 모습이다. ◇환율하락 경쟁력으로 극복=대기업들은 연초 올해 원ㆍ달러 환율을 1,050~1,100원 사이로 결정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14일 현재 환율은 1,001원. 3개월 사이에 50~100원 가까이 환율이 하락했다. 이 경우 국내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대략 2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대로라면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계획 수정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하지만 철저한 환관리와 상품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환율하락 폭만큼의 위험을 충분히 감내한다고 자신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은 “기준환율을 변동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준환율을 변경했다고 답한 기업은 4개사에 불과했고 10개 기업은 “현재는 수정 계획이 없고 1ㆍ4분기나 상반기 실적을 확인한 후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국가 외환위기로 된통 홍역을 치른 후 웬만한 대기업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경영충격을 최소화할 잘 짜여진 금융통제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사내 금융팀 및 국제금융센터와 LG경제연구원, 은행 및 증권사 등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융관리위원회’를 통해 환율변동과 경영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연초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잡은 현대차는 신모델 조기 출시, 고부가가치 차량 전진배치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환율하락의 파고를 넘고 있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반도체ㆍ자동차 등 5대 수출품목의 경우 가격경쟁력 외에 품질경쟁력까지 확보한데다 해외시장 거점 확보 등으로 환율의 영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호들갑은 옛말=두바이유 값이 배럴당 44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9일. 예전 같으면 ‘에너지 대란’을 외치면서 기업들마다 비상경영에 돌입했겠지만 이번에는 ‘알고 있던 사안’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에 따른 비상경영은 이미 일상화된 조치”라며 “여기에다 그동안 석유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왔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토탈의 경우는 아예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2002년 에너지절감설비를 도입한 후 유가가 30달러 후반으로 치솟은 지난해에는 절감비용이 연간 200억원으로 늘어 경쟁업체의 부러움을 샀다. 설문에서 기업들은 올 경영목표에서 유가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현재 유가보다 배럴당 10달러 정도 낮은 35~45달러로 잡았다고 응답했지만 경영목표에 유가를 수정한 기업은 단 1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20개사는 수정 계획이 없고 9개사는 상황에 따라 수정할 계획이다. ◇방심은 금물=비록 대응 프로그램을 갖춰놓고 있다지만 환율하락과 유가급등에 방심할 정도는 아니다. 환율 세자릿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유가 또한 40달러대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도 이러한 악재에 맞설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높다. 대한상의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97.7%가 고유가와 관련, 별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27.1%만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에너지절약 강화 등의 피상적인 대책만으로 고유가에 맞서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환율하락 충격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외생산 비중을 높이고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은 원가절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0년 불황의 가운데 서 있던 일본의 도요타가 엔화강세를 맞아 감량경영과 해외생산 비중 증가로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예는 다시 한번 우리 기업들의 체질변화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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