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출장으로 바빠서 미뤄뒀던 주변 물건 대청소·정리 작업을 설 연휴 후반부에 시간이 나서 시작했다. 주로 책과 신문기사 같은 읽을거리와 이곳저곳에서 받은 기념품, 그리고 생활용품이 어지러이 널려 있던 거실 소파와 책상, 침대 머리맡 주변이 대상이다. 주말 시간이 날 때 잠시 건성으로 정리할 때는 겉으로만 깔끔하게 했지 내용은 보지 않았다. 물건들을 이곳저곳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약간의 시간을 들여 제대로 정리하다 보니 건져내는 게 많았다. 꼭 읽어보려고 오려뒀던 중요한 신문기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좋은 책들도 무더기로 찾아냈다. 그 덕에 설 연휴 필자의 지식욕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읽다가 그만뒀던 책 속에서 찾은 깔깔한 신권 몇 장은 필자에게 우연치 않게 받은 세뱃돈이 됐다.
그렇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 시간을 낼 수 없어 내 주변에 숨어 있는 보물들을 놓치고 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항상 새로운 뉴스와 정보 그리고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일상에 함몰돼 살아가다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옆으로 미뤄두게 되는 것들이 많다. 1차적으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해보자"는 것이었지만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잊게 된 셈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런 경우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건뿐이겠는가.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사람들일수록 특별한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려고 벼르다가 그만 일상의 해야 할 일 때문에 기회를 놓쳐 낭패를 겪는 경우를 필자만 겪었을까.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약간 긴 휴식이 필요한가 보다. 내 주변에 숨어 있는 보물들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꼭 챙겨야 할 중요한 사람들을 챙겨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이런 경험은 국가적인 사업에도 적용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급속 성장의 대명사로 알려져 왔다. 지난 50년간의 한국경제·산업의 발전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변화 속도는 눈부시다. 우리나라는 농업 위주 경제에서 시작해서 노동집약형 경공업 주도 경제로, 그리고 중화학공업 위주의 경제를 거쳐 이제는 첨단산업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같은 기간 경제·산업구조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1차산업 의존형 국가로 남아 있는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모든 외국인들이 공감하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광고를 보면 그야말로 역동성이 넘쳐난다. 정부도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술을 일궈내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 때로는 비슷한 산업기술들이지만 새로운 구호로 새로운 포장을 해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걸어왔던 길을 찬찬히 살펴보며 혹시 놓쳤던 숨어 있는 보물이 없는지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시는 때가 일러서, 그때는 여건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미뤄뒀던 보물들이 우리 경제 곳곳에 숨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