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 ETF 절세효과 짭짤 큰손들에 '사막의 오아시스'

금융소득종합과세 제외… 성과 같더라도 실질 수익률 높아




올 들어 미국, 중국 등 실적이 크게 호전되는 해외 기업 수가 늘고 있는데다 원유, 금, 곡물,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이나 상품에 투자하기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 국내 증시 내에선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국제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거래량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 해외 펀드. 하지만 투자자금 규모가 큰 고액자산가들 입장에선 이들 해외 펀드에 선뜻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의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관련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해외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지만 최고 38.5%에 달하는 세율을 감당하기란 누구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가 고액자산가에게 '사막의 오아시스'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ETF란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된 ETF로 1년 동안 내야 할 세금이 매매차익 가운데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22%)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라면 같은 액수를 투자하더라도 해외 펀드 보다 해외 ETF 투자로 더 큰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해외 ETF는 자신이 투자한 업종이나 상품과 관련한 시황만 확인ㆍ예측하면 되기 때문에 직접투자 하는 방법도 비교적 쉽다. 다만 해외 투자의 경우 국내 주식투자와 달리 환율흐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된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해외 투자의 경우 주가 변동이 없어도 환율흐름에 따라 차익ㆍ차손 규모가 끊임 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 ETF의 경우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단기투자 성향으로 빠져드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고액투자가들에 유리한 해외 ETF
배당 아닌 양도소득으로 과세돼 22% 세율 적용
원자재·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구성 분산투자 효과도
직접투자 자신 없으면 해외 랩어카운트 이용할만
환율흐름 꼼꼼히 살피고 단기투자화 등은 경계해야
가정주부 석모씨는 최근 고민 끝에 3억원 가량의 현금을 들고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상품에 가입했다. 신문ㆍ방송에서 미국 금융기업이나 중국 소비재주의 실적전망이 좋다거나 각종 원자재 가격이 크게 등락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세금 문제 때문에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랩어카운트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석씨는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 펀드를 해지했기 때문에 해외 상품 투자에 대해선 한동안 등을 돌리고 살았다. 하지만 랩어카운트를 통한 해외 ETF 투자의 세율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알고는 주저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해외 ETF, 고액자산가에겐 절세효과 높아=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12일까지 해외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무려 12조4,17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의 주식매매차익이 과세로 전환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부담을 느낀 고액투자자들이 해외 펀드로부터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석 씨처럼 해외 펀드에서 빠져 나와 해외 상품에 대한 대안 투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투자자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고액 자산가일수록 해외 펀드에 비해 절세효과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펀드의 경우 투자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배당수익으로 분류돼 일반적으로 15.4%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1년 동안 발생한 모든 이자ㆍ배당소득의 총계가 4,000만원을 넘어갈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되며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돼 최고 세율이 38.5%에 달하게 된다. 반면 해외 ETF의 경우는 해외 주식을 사고 파는 것과 똑같이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으로 과세된다. 양도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매차익 가운데 연간 250만원까지는 양도소득기본공제' 대상으로 과세되지 않으며, 이를 초과한 수익에 대해서만 연간 20%의 양도소득세에 10%의 주민세를 추가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 입장에선 훨씬 유리한 세율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절세효과를 노리고 해외 펀드에서 해외 ETF로 갈아탄 고액자산가 석씨의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외 ETF로 인한 매매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다는 점에서 같은 성과를 기록하더라도 고액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해외 ETF란 해외 각국의 주가지수나 금, 구리 등 원자재, 기타상품지수 등 여러 기초자산을 묶어 펀드로 구성한 뒤 상장 주식과 똑같이 거래되는 상품을 말한다. 본질은 펀드지만 실질적인 거래비용은 주식과 같이 저렴하고, 분산투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투자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통해 '종합매매계좌'를 개설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사고 팔면 된다. 투자대상이 되는 상품의 상승ㆍ하락 예상에 맞춰 주식처럼 자신의 투자성향에 알맞은 레버리지를 설정해 배팅할 수 있다. 환전 수수료도 대체로 무료다. 해외 ETF의 장점은 무엇보다 국내에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기초자산과 상품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 원자재의 경우 투자 절차가 복잡한데다가 구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거래소마저 분산돼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해외 선물 거래에 비해 투자가 훨씬 용이하다. 물론 원자재 외에 해외부동산, 채권 등 상황에 따라 부각되는 다른 기초자산에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김용갑 세무사는 "해외 ETF 직접투자는 양도소득만 별도로 떼어서 과세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고 싶지만 해외 펀드에 차마 가입을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투자 어렵다면 해외 랩어카운트로= 해외 ETF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석 씨처럼 직접투자에 자신이 없는 자산가는 해외 랩어카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올 들어 각 증권사들은 해외 ETF나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수요를 감안해 해외 랩어카운트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우증권은 현재 '미국 대표 ETF랩', '대우 china direct 랩' 등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대표 ETF랩'은 미국시장을 대표하는 14개 대표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대우 china direct 랩'은 중국 A시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동양종금증권은 '동양 Global Emerging ETF'란 해외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글로벌원자재 ETF Wrap'를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원자재 ETF에 투자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난방유, 가솔린, 천연가스, 금, 은, 알루미늄, 아연, 구리, 옥수수, 밀, 대두, 설탕 등 14개 주요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삼성증권도 '차이나포트폴리오', '미국 성장주 투자포트폴리오' 등 해외 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두 개 보유하고 있다. 'G2 ETF랩'으로 미국ㆍ중국 관련 ETF에 중점 투자하는 상품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의 이머징국가 관련 ETF에 투자하는 'MIKT ETF랩'가 바로 그것이다. 이준희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 대리는 "해외 랩어카운트는 세제 면에서 해외 펀드 보다 고액투자자에 유리한 상품"이라며 "아직까지는 출시 초기기 때문에 많은 돈이 몰리고 있지는 않지만, 특히 해외 ETF 상품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들은 ETF 외에 기업, 펀드 등 다른 해외 상품에도 직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도 다수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해외 랩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현재 해외 랩어카운트 상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증권사 중 상당수도 해외 ETF나 주식에 투자하는 관련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흐름ㆍ단기투자화 유의해야=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는 자산가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될 것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해외 ETF의 경우 환율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변동이 없더라도 환율의 등락에 따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조지연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 과장은 "해외 ETF는 거래시점 당시의 환율이 그대로 적용돼 매매된다"며 "해외 ETF 역시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환율 이슈를 가장 중요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해외 ETF는 해외 펀드와 달리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기투자 성향으로 쉽게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애리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일반 펀드는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해 구조적으로 장기 투자가 가능하지만 ETF는 주식과 같이 거래할 수 있어 단기투자화 될 위험이 높다"며 "해외 펀드의 대체재로 해외 ETF를 선택했다면 지나치게 투자기간을 단기로 가져가 본래 투자목적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