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회사 식별번호 “튀어야 산다”

◎019­바둑·무술 9단은 최고경지/018­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18번/008­주역 태극기 8괘는 우주상징/017­모니터요원 7,777명모집키로「바둑이나 무술에서도 9단은 최고의 경지를 나타냅니다」(LG텔레콤­019)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18번이라고 하지요」(한솔PCS­018) 「8은 우주를 상징합니다. 주역의 태극기의 8괘가 그것입니다」(온세통신­008) 비슷비슷한 통신 번호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자기 회사의 식별번호에 의미와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한 통신업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현재 등장한 회사 식별번호만도 001(한국통신 국제), 002(데이콤 국제), 008(온세통신 국제), 011(SK텔레콤 이동전화), 012(무선호출), 015(제 2무선호출사업자), 01577(해피텔레콤 무선호출), 016(한국통신프리텔), 017(신세기통신), 018(한솔PCS), 019(LG텔레콤), 081(한국통신 시외), 082(데이콤 시외) 등 13개나 된다. 아무리 회사의 인지도가 높아도 소비자들이 그 회사의 식별번호를 모르면 영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객이 그 번호를 사용하지 않으면 요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업체들은 자사의 식별번호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특징이 없는 단순한 숫자일뿐인 번호를 경쟁사에 비해 튀게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통신프리텔 홍보실의 이해동 실장은 『무의미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서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다 싶으면 온갖 내용을 다 관련지어 자사의 식별번호를 소비자들의 기억속에 각인시키려 애쓰고 있다. 한통프리텔은 올해 추석이 16일인 점에 착안, 이날을 전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추석 이동차량을 대상으로 016 PCS번호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제휴, 「016 특별메뉴」를 신설해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원샷018」의 한솔PCS는 골프가 18홀로 이뤄졌음을 고려해 018 골프대회를 창설할 계획이다. 또 「원샷송」을 CD로 제작 이미 50만장을 배포했으며 나이트클럽에서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한 댄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회사 직원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원샷」이라고 외치고 한꺼번에 다 마신다. LG텔레콤은 최근 사원모집 광고 문안을 「019에서 1할 인재를 9합니다」로 만들어 자사 식별번호 019를 교묘하게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보였다. 이회사는 019 PCS를 알리는 내용의 책자를 만화로 제작, 3백만부를 뿌렸다. 또 PC통신이나 사외보를 이용해 019를 이용한 그림그리기, 019로 짧은 글짓기 대회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1백만명 가입자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신세기통신은 최근 통화품질 모니터 요원 7천7백77명을 뽑기로 했다. 또 9월 중에 가입한 7백77명을 선정, 그중 일부에게 경품을 지급키로 했다. 이회사의 이동전화 식별번호인 017의 7번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면서 통신업체들이 식별번호 홍보를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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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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