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총리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는 국부펀드 조사에 미국 수사당국이 가세하면서 말레이시아 지도층의 부패와 비리를 둘러싼 파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WSJ는 FBI의 정확한 수사 대상이나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FBI 조사가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원말레이시아개발펀드(1MDB)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연관돼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나집 라작 현 총리 집권 첫해인 지난 2009년 출범한 1MDB는 말레이시아 경제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이집트·스리랑카 등의 발전소와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110억달러에 이르는 빚만 진 채 채무조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사정당국은 2013년 총선거를 앞두고 7억달러가량의 1MDB 자금이 여러 은행과 기업을 통해 나집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흘러간 사실을 포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는 1MDB 투자와 관련해 10억달러 넘는 돈이 사라졌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WSJ는 "현재 이 돈의 출처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돈이 어떤 경로로 나집 총리의 계좌로 들어갔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나집 총리가 비리의 온상이라며 사퇴를 촉구했으며 나집 총리는 비리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WSJ은 또 1MDB의 자금이 스위스계 은행의 싱가포르 지점과 미국 웰스파고은행을 통해 나집 총리의 계좌로 이동한 정황을 FBI가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웰스파고 측은 사실확인을 거부했다. 앞서 스위스 검찰은 1MDB 간부 2명의 부패 및 돈세탁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수천만달러의 자금이 예치된 계좌를 동결했으며 싱가포르 사정당국도 1MDB의 계좌를 동결했다고 밝혔으나 1MDB 측은 "스위스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없으며 동결된 계좌도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