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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보니 깜빡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를 제때 복용하지 못한 환자들에게서 흔히 듣는 답변이다. 약 복용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환자가 이를 안이하게 여긴 탓이 크다. 하지만 당뇨병 치료제는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대개 두 가지 이상의 치료제를 복용하는 병용 요법이 많다. 따라서 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시는 간단한 일이더라도 이를 매일 때에 맞춰 몇 차례씩, 꾸준히 챙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약물 요법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초기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첫해 처방 받은 혈당 강하제를 제대로 복용하는 환자가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초기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당뇨병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해 약 복용을 비롯한 관리에 소홀히 하는 환자들이 많다. 덧붙여 약 복용을 잊을 정도 바쁘게 생활하는, 젊은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초기 환자군에서 이를 제대로 못 챙기는 이들이 많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본인이 적절한 약물 복용의 도움 없이는 혈당 조절을 할 수 없다는 점,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신체가 고혈당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망막병증, 족부병증과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단 처방 받은 약은 반드시 지침에 따라 빠짐없이 복용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제 복용을 빠뜨리는 경우가 잦다면 '다음에는 꼭 챙겨야지'라는 다짐만 반복하기보다는 해당 사항을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주치의와 의논해 필요하다면 두 가지 약제를 하나로 합친 복합제나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 등을 처방 받아 약의 가짓수나 복용 횟수를 줄이는 것도 치료제 복용을 잊지 않고 챙기는 효과적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초기 당뇨병 환자 중에는 합병증의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을 잘 챙기지 않는 이들도 많다. 당뇨병을 오랫동안 방치해 만성 합병증이 발생하면 심할 경우 실명과 투석, 족부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혈관 질환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당뇨병 만성 합병증은 당뇨병 발병 후 10~15년 동안 서서히 진행돼 나타나므로 당장에 느껴지는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쉽다.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만성 합병증 발생이 당장의 일은 아닐지 몰라도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따라서 환자는 당뇨병을 진단 받는 즉시 정기적인 안과검진과 미세 알부민뇨 검사, 말초 신경병증 및 발 검사 등 합병증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매년 해당 검진과 검사를 통해 합병증 발병과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대처해야 나중에 합병증으로 후회하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