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끈끈한 결속력' 성장 밑거름

[포철 왜 강한가] 5.끝 독특한 기업문화지난 3월 포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신입사원(82명)과 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새내기 가운데 91%는 '현재 맡은 일이 능력보다 난이도가 낮고 업무량도 적다'고 답했다. 팀장들의 견해는 달랐다. 신입사원들에게 맡긴 업무가 '난이도가 높고 업무도 적당하다'고 답한 것. 새내기들의 '예상 밖의 목소리'는 민영화에 걸맞는 내부혁신에 대한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포철의 '독특한' 기업문화로 상징되고 있다. 포철의 기업문화는 끈끈하다. 무엇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구성원간의 유대와 결속이 어느 기업보다 강하다. 이는 20여년에 걸친 제철소 건설을 마무리 짓고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발돋음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문화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인력구조가 바탕이 됐다. 포철은 이직률이 낮다. 최근 몇년간 인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자연히 장기근속자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철직원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15.8년, 연령은 39.4세다. 이런 구조는 수년 동안 쌓은 관련경험과 노하우를 포철 외에 발휘할데가 없는 게 큰 이유. 지난해 직장인들의 벤처행 탈출이 러시를 이룰 때 퇴사한 한 간부는 "포철은 입사도 어렵지만 나가기는 더 어렵다"고 구성원간의 끈끈한 결속력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포철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포철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국형 경영방식과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을 적극 수용해왔다. 외부의 변화를 개인에 맡겨두기보다 조직 전체가 보조를 취한다는 게 포철의 특징이다. 투명경영도 '철의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는 분석이다. 고위 한 관계자는 "창립 때부터 유지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외국인 사외이사와 경영성과 공개 등 선진국형 경영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장기에는 조직문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과제=인력 유출입이 적다보니 인사적체가 심각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고민거리다. 초급 간부인 과장 진급을 하려면 입사 후 보통 10~15년이 걸린다. 그렇다고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초급 임원의 연봉은 6,000만원대로 같은 나이의 다른 대기업 임원의 연봉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포철의 매출액 가운데 인건비 비중은 9.4% 수준. 이는 경쟁사인 일본 신일철의 15.7%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포철의 한 직원은 "세계적인 유수 기업들이 회사 주도형의 집단적 보상정책보다 개인중심의 다양한 복리후생으로 바꿔가고 있다"며 "포철도 이미 팀제로 전환했고 투자 소요도 많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승진과 처우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