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담] 뉴라운드 출범 평가와 대응책

"사안별로 협상 동조세력 규합해야"▲ 송유철 대외경제정책(KIEP)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 안완기 김&장 미국변호사(국제통상전문) 21세기 세계 경제의 신(新)질서를 규정짓는 뉴라운드가 본격 출범했다. 서울경제신문은 15일 통상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번 회담결과를 평가하고 후속 협상 대책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대담에서 송유철 대외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위치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협상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후속협상에서는 각 분야별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서 능동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완기 미국변호사는 "이번 협상에서 정해진 아젠다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민간에 있는 우수한 통상인력을 결집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 평가> ▲ 송유철 박사= 먼저 이번 협상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만 합니다. 구조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다자간 협상인 뉴라운드 출범 자체가 유리하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반덤핑 협정이 우리측에 유리하게 포함되어서 무역 환경 개선이 기대됩니다. 농업분야에서 '실질적인(substantial)' 감축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협상의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향후 협상에서 이를 반영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만약 대부분의 국가들이 찬성하는 데 우리나라만 농업분야의 입장을 고수했다면 국제 사회의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하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 안완기 변호사= 상당히 성공한 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상 관련자들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이 완전히 관철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국가들이 지지하는데 우리만이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의 주장에 의해 '라운드'라는 명칭 대신 '아젠다(agenda)'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뉴라운드의 제목을 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며칠 동안의 협상 결과를 갖고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각 분야별 아젠다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사안들> ▲ 송 박사= 내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되는 협상에서 특히 신경써야 할 부문을 살펴보면 농업분야의 경우 관세인하와 보조금 인하 및 분류 방식 등 입니다. 만약 우리가 보조금 분류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진행시키면 보조금을 폐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관세인하 역시 평균관세감축으로 할지 일률적으로 감축할 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측은 평균관세 인하로 유도해야 민감한 품목은 적게 관세를 내려도 되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서비스와 공산품 부문 등도 어떤 분야에서 어느정도 개방하고 그 시기를 언제까지할지를 정해야 할 것입니다. ▲ 안 박사= 우르과이 라운드 당시의 경험에서 본다면 각 분야에서 무엇을 해야하고 다른 나라에서 무엇을 제기할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 특히 분야별 무관세화 요구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때 이미 특정분야별 무관세논의가 있었고 APEC에서도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15개 분야에서 무세화 협상을 장기간에 걸쳐 했습니다. 무세화 했을 때 일례로 TV 경우 수출에서 유리하지만 일본 제품 등이 들어올 경우를 생각하면 불리할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반덤핑 관련> ▲ 송 박사=우리나라의 경우 반덤핑 제소를 많이 당하고 있어 이번 반덤핑 개정이 통상 마찰을 얼마나 해소할 지가 주요 관심일 것입니다. 물론 이번 협상으로 인해 앞으로 덤핑 관련한 규정이 어떻게 개정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단 명료화한다고 했으니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반덤핑은 당하는 것만이 아니고 우리도 중국산 일회용 라이터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양면의 날을 갖고 있는 칼과 갖은 것입니다. 따라서 중립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안 변호사=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자위하는 것 중 하나가 반덤핑 관련해 향후 개선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입니다. 반덤핑 개정안은 일단 절차적인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으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 반 덤핑 제도를 자국의 법에 따라 적용할 경우 지금까지는 제소 자격이 적절한지, 제소피해는 적절하게 있었는지 등에 대해 불투명했었습니다. 이것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봤자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자는 취지입니다. 철강이나 전자, 반도체 업종 등 우리 수출업계의 경우 실제로 당하고 있는 것보다 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위축돼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개정안이 만들어 질 경우 우리 수출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반덤핑 제도가 투명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중립적인 규범을 만들어 쓸데 없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무차별적인 수입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대책마련> ▲ 안 변호사=향후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중요한 것들을 지적해보겠습니다. 먼저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뉴라운드는 양자간 협상이 아니라 다자간 협상입니다. 수백개에 이르는 세부적 협상안을 갖고 수백개 회원국이 논의하다보면 엄청난 조합(메트릭스)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들끼리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는 지금 보다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우리의 입장이 당시 개도국들의 입장과 거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는 지적재산권 문제 등에서 선진국 입장을 취해 개도국의 원망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중국의 가입으로 개도국 입김이 커지면 우리 입장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협상에서 우리 지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합니다 ▲ 송 박사=연합(coalition)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세력이 규합되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뉴라운드 협상처럼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의 지지가 중요한 협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안건별로 동조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너무 기대서는 안될 것입니다. 세력을 규합하되 결국 최종 단계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판단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대처를 해야 합니다. ▲ 안 변호사=협상을 할 때 세 종류의 참가 당사자가 있습니다. 먼저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협상교섭능력과 상대방의 현지 입장에 따른 대안제시 능력 등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이런 입장을 정립해주는 정책 조정기관이 있습니다. 이들이 사실상 협상참여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협상정책을 채택해주고 지지해주는 이해관계자들입니다. 협상 당사자들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어떤 안을 받아들이냐 여부는 국내에서 그 안에 대한 수용지지도가 크게 좌우합니다. 따라서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지지가 협상 능력을 배가시켜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가 얼마나 조직화되느냐가 특히 장기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또 단기간 협상은 순간적인 순발력이 중요하지만 장기간 여러 주제를 두고 진행되는 다자간 협상의 경우에는 제도적인 차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정보가 체계적으로 취합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협상을 담당하는 관련 조직이 정비돼야 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세부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가능해집니다. 통상 담당 관련자의 경우 자주 교체됨 없이 연속성을 갖는 것도 필수입니다. ▲ 송 박사=협상이라는 것은 논리싸움입니다. 논리를 갖고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런 논리를 갖추려면 민관 모두 조직과 인력을 정비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원산지 협정의 경우 물건 하나하나 마다 전문가들이 참여, 의견을 만들어 갑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사안별로 이런 자세한 분석이 돼 있지 않습니다. 자세하게 조사하고 논리를 만들어야 하며 상대방 상황도 마찬가지로 분석해놓고 있어야 합니다. ▲ 안 변호사=그동안 우루과이라운드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회(APEC) 등의 협상을 통해 어느정도 인력이 마련돼 있고 경험도 많이 쌓여 있습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다양한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인력과 경험, 그리고 지식 등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총괄 조정 기능만 잘 세워진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송 박사=결론적으로 국내제도 정비가 제대로 되는 것이 향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인 차원의 정비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해집단간의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홍보의 역할과 협상 대표단에 힘을 많이 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 안 변호사=이미 세계는 우리안에 들어와 있고 우리도 세계에 많이 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에서 물론 방어적 자세도 필요하지만 공세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분야를 많이 발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관련> ▲ 송 박사=마지막으로 중국의 WTO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당장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중국의 경우 많은 국가에서 최혜국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단기간 충격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가격으로 승부할 수 없는 만큼 품질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또 중국 시장에 대한 과신도 경계해야 합니다. 13억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모두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WTO가입은 기회이자 동시에 도전인셈이다. ▲ 안 변호사=중국의 WTO 가입은 앞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규범에 근거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는 교역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이나 한국 모두 자국법이나 외교적 수단에 의존했지만 이제부터는 WTO라는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역 과정이 투명해지고 예측가능해 지게 되는 것입니다. ▲ 송 박사=일례로 향후 마늘 분쟁 같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마늘 수입을 금지했다고 해서 중국이 핸드폰 수출을 막는 식의 막무가내식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늘 반덤핑이 부당하다면 이에 대해 보상만 하면 될 것입니다. ▲ 안 변호사=중국의 WTO 가입을 제 3국 입장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아시아 투자를 결정할 때 지금까지 중국을 꺼려왔던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것이 제고된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됩니다.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은 경제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으로 이러한 점을 염두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전용호기자 yoep@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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